금융위기 수준 경기지표… “L자형 장기침체 지속 가능성”

동행지수 IMF후 최장기 하락
선행지수도 7개월연속 뒷걸음
조선·반도체 등 주력산업 붕괴
산업구조 효율성 확보 못한 탓

경기 동행·선행지수가 동시에 전월 대비 46년 만에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가 장기 경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상황으로 떨어졌지만, 경기선행지수가 상승 반전을 못 한다는 것은 경기가 ‘V자’ 반등이 아닌 ‘L자’형 국면으로 당분간 경기 악화가 지속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해 98.1을 기록했다. 지난 3월 99.8을 기록한 이후 9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 지표가 9개월 이상 하락한 것은 1997년 9월∼1998년 8월(12개월간) 이후 처음이다. 또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2포인트 하락해 98.5를 기록하며 7개월째 뒷걸음쳤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경기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또다시 동반 하락한 점은 전반적으로 경기가 부진한 상황으로 2012년 이후 성장률이 저성장 쪽으로 가고 있다”며 “경기 정점 판단은 내달 말 연간 보정이 끝나면 확정된 수치가 나오고, 3월 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나오면 분석 작업을 진행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충격적인 경기 지표들이 당분간 호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경기 동행·선행지수가 동시에 하락한 것은 매우 드문 상황으로, 자체 분석에 의하면 2017년부터 경기가 하락으로 전환해 현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의 저점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선행지수 장기 하락은 전형적인 L자형으로 장기 침체 국면이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경제 위기의 원인은 조선업, 반도체, 중화학 등 주력산업의 붕괴”라며 “산업 구조의 효율성에 소홀해 효율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최근 경기 침체의 주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조업 침체도 문제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도 앞으로 경기 국면을 예측한 한 기관 설문조사에서 100 기준으로 50 이하로 떨어졌다”며 “정부가 경제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올해 경기 국면은 예측하지 못하는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급변하는 대외 환경을 제어할 수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규제를 제거하는 등 친기업적인 산업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