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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9년 02월 07일(木)
설 민심은 경제·안보·법치 脫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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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정치권이 설 민심(民心)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댓글 조작 혐의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 구속,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등 향후 정국을 뒤흔들 대형 이슈들이 설 밥상머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 민심은 그 어떤 정치 이슈보다 침체 일로에 있는 민생 경제를 살리라는 요구가 대세였다.

각종 경제 지표가 암울하다. 경제의 두 축인 생산과 투자가 모두 침체한 탓이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한국 경제의 중추인 30∼40대 취업자가 지난해 무려 17만7000명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올해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생산·투자 부진, 자영업 몰락, 고용 참사, 소득 양극화 등의 부작용이 여러 지표로 이미 확인됐는데 어떻게 정책 기조를 안 바꾸고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보 세력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다. “좌파·우파 정책을 가릴 게 아니라,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을 하고 서로 모순된 것을 조화시켜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주목할 것은 한·미 FTA가 국익을 위한 것이라면 어떤 비난도 감수하겠다는 용기와 신념이었다. 현 정부가 진정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면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정책의 유연성과 과감성을 발휘해야 한다. 정통 주류 경제학자이며 좌파인 레스터 C 서로 미국 MIT 교수는 ‘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라는 책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말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늦지 않다. 경제가 절박한 만큼 절박하게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핵심 지지층의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기존의 ‘친노동 친분배’ 기조를 탈피(脫皮)해 ‘친시장 친성장’과의 조화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민생 경제를 살려야 한다.

대통령의 인식과 정책 기조 변화 못지않게 정치도 정상화돼야 한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풀어주고 사회 갈등을 조정하면서 어려운 현실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쏘아 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실종됐다. 가장 큰 책임은 누가 뭐래도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이 정치로 풀어야 할 것을 정치로 풀지 못하고, 야당을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면 협치(協治)는 사라지고 국회 파행이 고착화한다.

설 민심을 받들어 문 대통령은 담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무엇보다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고 대통령부터 새로워져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소 ‘원칙 있는 승리’가 가장 좋은 것이고, 그다음으로 ‘원칙 있는 패배’, 가장 나쁜 것은 ‘원칙 없는 승리’라고 했다. 만약, 김경수 지사 1심 재판 판결처럼 문 대통령이 대선 댓글 조작의 수혜자라면 이것은 분명 ‘원칙 없는 승리’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침묵에서 벗어나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책임 있는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 존중 의사를 밝히고, 판결이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재판에 불복하는 집권당에도 자제를 요청해야 한다. 정치 실종, 경제 침체, 사회 혼란, 안보 불안 등을 해소할 수 있는 힘은 여전히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의 인식과 정책 기조가 바뀌면 국민의 기대도 바뀐다. 국민은 아무리 힘들어도 삶이 더 나아질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고 싶어 한다. 정치권이 이런 국민의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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