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팩트 체크’ 빙자한 ‘셀프 칭찬’ 대량배포 논란

청년 체감실업률·분배지표 등
부정적 팩트, 배제·언급 안해
“왜곡된 기준따른 자의적 해석”

정부가 악화하는 수출, 고용, 분배 등의 경제지표는 외면하고 긍정적인 것만 골라 ‘자화자찬’하는 식의 홍보자료를 전국 초·중·고교,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 대량 제작·배포해 눈총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정책 효과는 종합적이고 일반 균형적인 시각으로 판단돼야 하는데 정부의 이 같은 부분적이고 파편적인 시각에 많은 경제학자가 의아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국민이 궁금한 우리 경제 팩트 체크 10’이라는 제목의 홍보자료를 전국 기관에 2만여 부를 배포했다. 기재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도 올렸다.

정부는 자료집에서 “지난해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상용직 근로자 비중(50.2％→51.3％)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34만5000명의 상용근로자는 늘었지만,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19만5000명의 임시 및 일용 근로자들에 대해 정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발표하면서 나타난 오류와도 똑같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자가 되거나 더욱 어려워진 자영업자를 고려하지 않고 일자리를 가진 임금근로자만 고려한 효과이기 때문이다.

자료집은 또 “청년 고용률(42.1%→42.7%)과 고용의 질은 나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청년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 3’은 지난해 22.8%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또 자료집은 “수출 중심의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지난 1월 수출은 463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5.8% 감소했다. 지난해 12월(-1.3%)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다. 자료집에는 저소득층 가계소득이 오히려 줄고, 고소득층 소득만 늘어 분배지표가 더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빠져 있다. 정부는 자료집에 “올해도 고용 여건은 어렵다. 투자부진 등 경제활력이 둔화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분석도 넣었으나 상대적으로 ‘자의적인 해석’이 더 많았다. 자료집이 부실하다 보니 ‘좋은 경제 지표를 홍보하라’는 청와대의 압박에 등 떠밀려 내놓은 게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름은 ‘팩트 체크’지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담은 반쪽짜리 평가”라며 “정부가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여도 그 악효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