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박근혜에 도리 다해”… 유영하 “黃, 朴과 무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나경원(왼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양석 수석부대표와 원내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柳, 이틀 연속 黃 공개 비판
“黃 ‘존경하는 대통령’ 질문에
‘모든 대통령’이라 답한 사람”

한국당 지지율 29.7%로 상승
당권 후보들 ‘朴心영향’ 촉각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불리는 유영하 변호사가 자신을 공개 비판한 것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게) 도리를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변호사는 즉각 “어떤 도리를 다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재반박하면서 양측 간 공방이 거칠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다른 당권 주자들이 유 변호사 발언을 발판 삼아 황 전 총리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하면서 한국당 당권 레이스는 더욱 혼탁해지는 양상이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유 변호사가 자신을 공개 비판한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도리를 다하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하지만 유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도 황 전 총리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유 변호사는 “황 전 총리가 어떤 도리를 다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말하는 것은 직접 확인한 팩트고 경험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또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도 모른다고 했고 ‘존경하는 대통령이 누구냐’는 질문에 ‘모든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답한 사람”이라며 “박 전 대통령과 황 전 총리는 내가 살아온 가치관에 비춰봤을 때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 변호사는 전날(7일)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을) 법무부 장관으로, 그리고 국무총리로 발탁한 분이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를 모른다고 한 말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고 본다”며 황 전 총리를 비판했다. 유 변호사는 또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를 향해서도 “(홍 전 대표가 대표로 재임하던 당시)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면서 ‘법률적·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는데, 그분이 어떤 도움을 줬는지 되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유 변호사의 발언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실제 유 변호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에게 (방송 출연을) 말했고, (그가) 허락을 했기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유 변호사가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를 동시에 저격하면서 당내 다른 친박 당권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쥔 책임당원 중 상당수가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 부대’로 분류되는 만큼 ‘박심(朴心·박근혜 전 대통령 마음) 논란’을 발판 삼아 본격적인 세 규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 친박 당권 주자는 “황 전 총리가 마치 친박의 대장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불쾌감 내지는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유 변호사 인터뷰를 계기로 당이 다시 ‘진짜 친박이냐, 가짜 친박이냐’의 논쟁으로 접어들었다”면서 황 전 총리를 겨냥해 “대한민국 제1야당의 대표 후보가 이런 논란에 휘둘릴 약체 후보란 사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지지율은 컨벤션 효과 등을 등에 업고 30%대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설 연휴 직후인 7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한국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3%포인트 오른 29.7%로 집계됐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전주 대비 0.4%포인트 내린 37.8%를 기록했다.

장병철·김유진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