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홍위병처럼 비치는 법관대표회의 존속할 이유 없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판결을 놓고 집권 여당의 판사 공격이 3권 분립마저 훼손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일선 판사들의 대의(代議)기구 성격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입장 표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법관회의는 ‘입법부의 과도한 사법부 공격에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일선 판사들의 요구가 빗발쳤으나, 형식상 ‘대표’들의 온라인 투표를 통해 부결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회의 자체를 거부한 셈이다. 임시회의 개최 요구에 대해 전체 119명 중 77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60명이 반대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부장판사가 김 지사에 대해 징역 2년에 법정 구속 판결을 내리자 “양승태 적폐 사단의 조직적 저항” 운운하며 공격을 시작했다. 아마 2심이나 3심에서 판결을 뒤집으라는 압박일 것이다. 이 지경임에도 회의조차 열지 않을 정도라면 사법부 독립을 지킬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 3000명 안팎의 판사는 실력은 물론 정치적·이념적 성향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사법 권력이 어떤 성향의 판사들 손에 넘어갔는지는 국민이 다 안다. 그래도 판결 공격에는 함께 대응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내부의 사법 권력 투쟁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집권당의 집단적 판사 공격 자체가 국기 문란에 해당될 정도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지만, 법관회의라는 단체가 있으면서도 이런 문제를 다룰 회의조차 열지 않는다는 것은 공격 방조를 넘어 내응하는 결과를 낳는다. 권력의 홍위병(紅衛兵) 행태나 다름없다.

법관회의는 2003년 사법파동을 계기로 임의기구 형태로 있다가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규칙 제정을 통해 공식기구가 됐다. 그러나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등 특정 서클 출신들이 장악했고, 지난해 11월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된 동료 판사들의 탄핵을 국회에 요청하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제대로 된 내부 의견 수렴 없이 즉석안건으로 탄핵안을 채택하고 표결 정족수 논란까지 불사하며 의결한 것을 보면 정치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 ‘법관회의를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조직이라면 더 이상 존속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