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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재근의 TV세상 게재 일자 : 2019년 02월 19일(火)
가상연애→ 실제부부…‘리얼’이 된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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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맛

‘짝짓기’는 인간에게 있어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그래서 대부분의 드라마가 짝짓기, 즉 러브라인을 중심으로 사랑받는다. 예능에서도 러브라인이 중요한 인기코드여서 과거 SBS ‘X맨’과 같은 버라이어티 예능에서도 김종국-윤은혜 커플이 인기를 견인했었다. 그러다 보니 방송사들은 연예인 짝짓기를 전면에 내세운 예능을 편성했다.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2년에 ‘목표달성! 토요일’의 한 코너로 시작됐고, 인기가 커지자 독립 편성된 프로그램이다. 젊은 인기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내용으로, 강호동이 이 프로그램에서 ‘신나는 토요일 불타는 이 밤 유후!’를 외치며 원톱 MC의 위상으로 우뚝 섰다. 인기가 워낙 커지자 KBS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SBS ‘연애편지’ 등 다른 방송사들도 유사 프로그램들을 편성하기에 이르렀다.

선남선녀들이 호감을 고백하며 연애감정을 내보이는 것에 시청자들이 몰입했던 것인데, 그 뜨거웠던 인기는 이내 시들해졌다. 처음엔 진짜인 줄 알았던 러브라인이 그저 방송용 설정이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리얼리티의 시대가 도래했고, 연예인 짝짓기 포맷이 리얼리티 시대에 맞게 재출시된 것이 바로 MBC ‘우리 결혼했어요’였다. ‘천생연분’이 스튜디오 안에서 버라이어티 예능형식으로 게임을 하며 진행됐다면, ‘우리 결혼했어요’는 연예인 커플의 가상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알렉스-신애 커플의 로맨틱한 모습 등이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역시 진짜 연애감정이 아니고 프로그램 내용도 설정이란 것이 알려지며 인기가 식었다. 그 후 리얼리티가 더 강화된 관찰예능의 시대가 시작됐는데, 종편에서 연예인 짝짓기를 관찰예능 형식으로 내놓은 것이 TV조선 ‘연애의 맛’이다. SBS에서 ‘동상이몽2’를 히트시킨 서혜진 PD가 TV조선으로 옮겨 내놓은 ‘아내의 맛’ 등 맛 시리즈의 한 편이다.

‘연애의 맛’은 시작하자마자 김종민과 황미나의 진짜 같은 ‘썸’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 둘이 보여주는 감정이 과연 진심인지를 놓고 인터넷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이필모가 진심 끝판왕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필모는 서수연에게 뜨거운 감정을 표현했다. 프로그램 시작 당시 이필모의 짝으로 나온 이는 14세 연하 모델 이엘린이었다. 하지만 이필모와 맞지 않는다면서 하차하고 서수연이 등장했다. 프로그램 설정으로 연애감정을 연기하는 거라면 이엘린을 상대로 해도 됐을 텐데, 서수연에게만 호감을 표시했기 때문에 이필모의 감정은 확실히 진짜 같았다. 그러자 반응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100% 진짜일까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그 모든 의심을 종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달 초 이 둘이 실제로 결혼에 골인한 것이다. 한국 방송사상의 일대 사건이다. 김국진도 동료와 결혼했지만 연애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연애의 맛’에서 비로소 카메라 앞에서 연애하던 커플이 ‘리얼’ 부부가 됐다. 가상이 실재가 됐다. 리얼리티 예능이 정말로 리얼이라는 판타지가 극에 달했다. 이제 방송 제작진은 더욱 리얼한 이야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으려 할 것이다. 카메라 앞에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 키우는 세상. ‘트루먼쇼’가 다가오고 있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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