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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2월 22일(金)
확실한 죽음·불확실한 내세… 나이 드는 모든 순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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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공부 / 토마스 무어 지음, 노상미 옮김 / 소소의 책

육십살 되면 오십이길 바라고
칠십엔 육십이었으면 하는 것
누구나 ‘나이 드는 맛’을 느껴

늙어가며 오는 우울증도 선물
‘노인은 현명’ 고정관념 버려야
병·죽음 앞에서도 놀라지않아

나이 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타인 재능·젊음 탐내지 말고
그대로의 나자신으로 사는것


또 한 권의 책이다. 고령화 사회에 쏟아져 나오는 ‘나이 듦’ ‘노년’에 대한 책 목록에 더해진 또 한 권의 신간. 하지만 단순히 목록의 물리적 길이를 늘리는 책은 아니다. 젊음에 대한 집착, 외로움, 일, 은퇴, 성, 우정 그리고 병과 죽음까지, 나이 들면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돌아보게 해 자신의 결론에 이르게 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 호소력 면에서는 나이 듦 책 목록에서 단연 선두 자리에 오를 만하다. 이는 영적 지도자이자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사람들 마음을 다독이며 잘 끌고 가기 때문이다. 심리치료사의 책이 주로 상담사례 위주로 문제를 구체적으로 풀어가는 데 비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로 거슬러 올라가, 정신분석과 심리학을 파고들며 삶의 원형으로서의 나이 듦을 이야기한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문제의식을 견지한다. “지금 당신은 나이를 잘 먹고 있는가.”

어제까지만 해도 젊다고 느끼던 사람이 갑자기 나이 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에서 책은 시작한다. 어느 날 문득 운동 후 몸이 뻣뻣하고 쑤시는 낯선 느낌이 든다. 쭈그려 앉았다가 일어서는 게 예전 같지 않다. 있는 주름에 새 주름이 눈에 띈다.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건강에 대해 묻고 ‘나이답지 않게 좋아 보이시네요’ 같은 말을 한다. 가장 흔한 자각은 병이다. 기뻐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나이 듦이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인간이 되는 과정이기에 이를 위해 충격과 작은 각성이 필요하다. 충격과 각성이 없으면 반성도 건설적 반응도 없이 세월을 무감각하게 흘려보내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어느 날 문득 나이 들었음을 느끼는 것을 ‘나이 듦의 첫맛’으로 표현했다. 나이 듦의 맛은 평생 지속된다. 육십에는 오십이길 바라고 칠십에는 육십이었으면 한다. 삶이 계속되는 한 지속적인 느낌이라는 것이다. 이 맛은 쓰지만 흐르는 시간에서 벗어나 삶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며 우리를 보다 온전한 인간이 되게 해준다. 그래서 이 맛은 달콤 쌉싸름하다.

여기서 나이 듦의 첫 규칙이 나온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젊음의 아름다움과 힘의 상실을 직시하고, 나이 들면서 느끼는 슬픔과 우울증도 달콤하면서 쓸쓸한 선물, 즉 멜랑콜리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이렇게 되면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가장 큰 난제인 죽음도 삶의 과정 안에 끌어안을 수 있게 된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는 죽음의 은유, 죽음의 역학을 받아들이면 병과 죽음 앞에서도 기겁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대로의 자신으로 사는 것’. 나이 듦의 다양한 문제를 살핀 후 저자가 내놓는 나이 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신보다 형편이 나은 젊은 사람 생각은 하지 말고, 다시 젊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갖지 못한 재능을 탐내지도 말고, 지금 배우자가 아니라 학창 시절 연인과 결혼했더라면 이런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한다. 이 모든 바람은 부질없는 망상으로 현실 회피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달력상의 나이를 받아들여 화석화되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젊은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삶에는 푸에르(puer·소년)와 세넥스(senex·늙은 남자 혹은 늙은 여자)라는 두 정신이 함께 지배하며 상호작용을 벌인다. 누구에게나 나이 들어가는 늙은 전통주의자와 반항적인 젊은이가 함께 있다. 달력상으로는 여든 다섯일지 몰라도 영혼의 상태는 마흔에 더 가까울 수 있고, 어떤 면에선 질서와 전통을 중시하는 노인이 됐다가도 어떤 면에선 청년 못지않게 에너지와 아이디어가 넘치기도 한다. 그러니 나이를 받아들이며 깊어지는 것과 함께 언제나 인생의 초대를 거절하지 않고 응대해 자신의 삶을 확장해야 한다. 여기서 나이는 숫자가 아니고, 삶의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우리 존재는 물리적 시간에 제약을 받는 몸이자 경험의 총합이지만 동시에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라고 한다. 우리 영혼은 시간의 법칙에 적용받는 경험의 모든 순간에 있지만 동시에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두 발이 있듯 양쪽에 발을 내딛고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나이 듦의 화두를 르네상스 철학자 피치노의 말로 대신한다. “우리 영혼의 일부는 시간 속에 일부는 영원 속에.” 404쪽, 1만7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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