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5·18유공자 논란’으로 본 국가유공자 선정·예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19년 3·1운동이 표방한 자주·자존·자위의 독립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1985년 제작된 3·1 정신상이 충남 천안에 위치한 독립기념관 입구 회전교차로에 설치돼 있다. 자료사진

독립·참전·민주유공자 총 84만6800명… 공무원시험 등 혜택
‘5·18’ 별도 법 근거해 선정… “사생활 침해 우려” 명단 비공개

‘국가유공자 등 예우·지원법’에
순국선열 등 18가지 상세 분류
‘독립’유공자·유족 등 7714명
6·25 9만명, 베트남전 19만명

지원·혜택은 유공자별로 상이
‘독립’ 月최대 수백만원 보상금

‘5·18’ 사망·부상·희생자 대상
일각선 연금·병역면제 등 의혹
수업료·의료비 등 혜택은 같아

공무원시험 가산점 446명으로
전체 국가유공자의 1.3% 수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업적을 남겼거나 이 과정에서 유·무형의 피해를 본 이들에게 정부는 그에 합당한 보상과 예우를 해주고 있다. 또 그 가족과 유족에게도 혜택과 지원이 뒤따른다. 각종 법률에 의거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사람은 지난 1월 말 현재 총 84만6800명에 이른다. 그러나 때로는 ‘가짜 유공자’가 적발되거나 큰 공을 세우고도 국가유공자로서 예우받지 못하는 사례가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한다. 이에 국가유공자의 종류와 요건, 예우 등을 짚어본다.

1. 국가유공자 종류

국가유공자는 크게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민주유공자로 나뉘지만 관련 법은 하나가 아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지원법’은 국가유공자를 순국선열, 애국지사, 전몰·전상군경, 무공·보훈수훈자, 4·19혁명 사망·부상자 및 공로자 등 18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순직 공무원이나 공상 공무원도 이 법에 따라 국가유공자 예우를 받을 수 있다.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경우 같은 법에 따라 ‘국가사회발전 특별공로순직자’ 등의 예우를 받을 수 있으며, 이 경우 국무회의 의결로 대상 여부가 결정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는 이와 별개로 ‘5·18 민주유공자예우법’을 근거로 한다. 5·18 관련 희생자와 유공자, 그 가족 및 유족에게 합당한 예우를 한다는 취지로 제정된 이 법은 취학 및 수업료 지원, 기업체 등의 우선 고용의무 등에서 국가유공자법의 일부 조항을 준용하고 있다.

2. 선정·지원의 근거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독립유공자는 가장 대표적인 국가유공자의 유형으로 꼽힌다. 정부는 해방 후 1994년에서야 ‘독립유공자예우법’을 제정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일제로부터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공헌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에게 국가가 합당한 예우를 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독립유공자는 크게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로 구분된다. 순국선열은 일제의 국권 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 침탈에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다 순국한 자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 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사람을 뜻한다. 애국지사는 같은 활동을 하다 순국하지 않은 채 그 공로로 훈·포장, 표창을 받은 사람을 의미한다. 지난 1월 말 현재 독립유공자 및 유족으로 등록된 사람은 7714명이다. 독립유공자 본인은 37명이며, 나머지는 모두 유족이다.

3. 참전 유공자

국가유공자 중 참전유공자는 단일 법률로 예우하는 유공자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정부는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법’에 의거해 6·25전쟁을 비롯해 전쟁 발발 전후(1948년 8월 15일∼1955년 6월 30일) 북한 측과 벌어진 각종 전투에 참가한 사람들을 참전유공자로 예우한다. 또 1964년 7월 18일부터 1973년 3월 23일 사이에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고 전역한 군인에게도 같은 예우를 해주고 있다. 다만 참전 중 범죄행위로 인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고 불명예제대를 하거나 파면된 사실이 있는 사람은 예우 대상에서 제외한다. 참전유공자 규모는 지난 1월 말 기준 6·25 참전유공자 9만9353명, 베트남 참전유공자 19만8524명, 6·25 및 베트남 참전유공자 2277명이다. 또 베트남 전쟁 참전 중 고엽제 피해를 본 사람은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법’의 적용을 받을 수도 있으며, 참전유공자예우법과 고엽제후유의증법 중 하나를 선택해 예우를 받는다. 현재 고엽제후유의증 대상자 5만1713명, 2세 환자 118명이 등록돼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중심가인 전남도청 앞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후 광주시민들은 시민군을 구성, 전남도청 ‘사수’에 들어갔지만 같은 달 27일 계엄군에 의해 진압됐다. 자료사진

4. 5·18 유공자 현황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하기 시작한 법적 근거는 김대중 정부 당시인 2002년 제정된 ‘광주민주유공자예우법’이 시초다. 2004년 1월 이 법은 ‘5·18 민주유공자예우법’으로 개편됐다. 국가유공자법에도 민주유공자로 분류될 수 있는 ‘4·19 혁명’ 관련 유공자 조항이 포함돼 있지만, 5·18 관련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아 별도 법률을 마련했다. 현행법은 5·18 민주화운동 사망자 또는 행방불명자, 부상자, 기타 지원 대상 등으로 구분해 5·18 관련자 및 그 가족과 유족을 예우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현재 5·18 민주유공자는 사망·행방불명자 181명, 부상자 2765명, 기타 희생자 1469명이다. 4·19 혁명 관련 유공자는 사망자 34명, 상이자 349명, 공로자 445명이 등록돼 있다.

5 유공자 지원과 혜택

국가유공자에 대한 지원과 혜택은 유공자 종류별로 상이하다. 대표적인 유공자인 순국선열 등 독립유공자의 경우 등급별로 매월 최대 수백만 원의 보상금과 특별예우금, 생활조정 수당을 받기도 한다. 또 본인과 배우자, 자녀·손자녀는 중·고·대학교 수업료 등의 면제 및 학습보조비를 받을 수 있고 가점 취업(만점의 10% 또는 5%), 보훈특별고용, 일반직공무원 등의 특별채용, 취업수강료, 직업교육훈련 등과 같은 취업 분야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의료비 감면, 양로·양육·수송시설과 고궁 또는 국공립 공원과 휴양림 이용 등 일상생활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국립묘지 안장(본인 및 배우자 합장 가능) 지원도 받는다. 대상 규모가 큰 참전유공자의 경우 65세 이상이 되면 매월 30만 원의 참전명예수당이 지급되며 의료비 지원, 사망 시 국립호국원 안장 지원 등이 이뤄진다.

6. 5·18 지정 당시의 논란

5·18 희생자를 국가유공자로 예우하기까지는 보훈의 정당성 논란이 있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보통 외부로부터 국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참전군인이나 전사자, 상이 군·경의 가족 등을 보훈 대상자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현대사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자에 대한 예우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독립유공자가 생겨난 것과 같은 맥락이다. ‘5·18 민주유공자예우법’은 그 취지를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에게 국가가 합당한 예우를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널리 알려 민주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7. 당시 광주에 없어도 혜택

5·18 유공자 지정 관련 법률은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과 ‘5·18 민주유공자예우법’ 등 두 가지다. 5·18 민주유공자 대상 요건은 △5·18 민주화운동 시 사망한 사람 또는 행방불명된 사람 △5·18 민주화운동으로 부상당한 사람 △그 밖의 5·18 민주화운동으로 희생한 사람 등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시 광주에는 없었지만, 세 번째 그룹에 포함된다는 게 보훈처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1980년 9월 17일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10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은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북한의 사주를 받아 내란음모를 계획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하며 군사재판에 회부했다. 이 대표는 서울대 복학생으로 복학생 회의를 열어 선동한 혐의를 받았고, 고문을 받고 옥고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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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명단 비공개 근거

5·18 민주유공자 명단은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제9조 1항에 따라 비공개 대상에 해당한다. 개인 신상이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된 것이다. 이는 4·19 유공자,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 등 다른 유공자 명단도 마찬가지다. 일부 보수단체는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거부한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소송을 냈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법원은 명단에 개인의 성명이 포함돼 개인식별정보에 해당하고, 개인의 성명 일부를 가리고 명단을 공개하더라도 사망·행방불명·부상 경위 등 구체적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을 특정할 수 있어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고 봤다.

9. 가산점 혜택 논란

5·18 유공자는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5% 또는 10%의 가점이 부여된다. 이 같은 혜택은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고엽제후유증자 등 모든 보훈 대상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행정·외무고시 등 5급 이상 시험을 제외하고 6급 이하 시험에만 적용된다. 유공자 부인과 배우자가 10%, 자녀 등이 5%의 가점을 받는다. 일부 금융 및 대기업 채용 시 보훈 대상자나 그 자녀에게 가점을 주기도 하는데, 이 또한 5·18 유공자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 5·18 유공자에게 수당·연금이 지급되고 병역 면제 혜택도 제공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다만 수업료 면제 등 교육 지원과 보훈병원 40∼100% 감면 등 의료 지원 등 혜택이 다른 보훈 대상자 수준으로 제공된다.

10. 유공자 공무원 현황

5·18 유공자 공무원 합격자 수는 매해 전체 합격자의 0.1% 안팎의 수준이다. 지난해 국가직 7·9급 공무원 시험 총합격자 5826명 중 가점 대상 국가유공자 합격자 수는 약 2.2%인 132명이었고, 이 가운데 5·18 유공자는 약 0.15%에 해당하는 9명이었다. 2017년의 경우에도 7·9급 국가직·지방직 공무원 시험 합격자 1만9938명 중 5·18 유공자가 총 19명으로 전체의 0.1% 정도였다. 2018년 7월까지 공무원시험 가산점 혜택을 받은 5·18 유공자는 총 446명으로, 가점을 받아 공무원으로 취업한 국가유공자 3만3658명의 1.3%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유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