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얼마나 아시나요… 더 넓게 바라본 100년

3·1운동 100주년, 쏟아지는 책들의 메시지는 하나로 수렴된다. 3·1운동 100년, 우리는 여전히 무지하다는 것이다. 영웅화된 민족주의적 일원론, 거족적 항일 운동이 대중적 상식이다. 문학평론가 권보드래는 “3·1운동은 영웅화된 동시에 소외된 영역”이라며 “무지 및 새로움과 싸우는 공부를 거듭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책들은 1919년 3월 1일로 되돌아가 보다 넓은 맥락에서 바라보며 100년이 지난 지금의 현재성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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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역사를 넘나들며 근대의 지평을 넓혀온 권보드래 고려대 교수의 ‘3월 1일의 밤’(돌베개)은 1910년대 전 세계를 무대로 선언, 대표, 깃발, 만세, 침묵, 여성, 이중어, 후일담 등 16개 주제어로 3·1운동을 복원한다. 책은 제목이 상징하듯 모두가 아는 낮의 3·1 운동이 아니라 묻혀버린 3·1운동의 밤의 진실에 집중한다. 지식인이 아니라 만세 한 번 부르지 않았지만 평생 3·1운동에 영향받은 축을 택했다. 만세 한 번 불러보지 못한 박화성, 시위 행렬 따라다닌 것이 고작인 정칠성, 3·1운동 때 돌 한 번 던지곤 다시는 역사에 떠오르지 않은 무명씨들을 통해 어떻게 민중이 각성하고 자아를 형성했는지 그 과정에 집중한다. 그날 누가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민주주의, 폭력, 평화, 배제와 차별은 그때, 그 후로 어떻게 작동했는지 묻는다. 647쪽, 2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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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와 김대호 자음교육 대표의 ‘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아르테)는 ‘조선은 왜 닫힌 빗장을 열었을까’ ‘김옥균, 혁명가인가 반역자인가’ 등 29개 질문으로 기존 역사적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 관점을 연다. 고종이 즉위한 1863년부터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까지, 이 시기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망국을 초래한 어둠과 아픔의 역사’이다.

하지만 두 저자는 우리가 봉건과 외세라는 이중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했고, 무엇을 이루려 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근대가 품었던 많은 가능성을 최대한 드러낸다. 개방과 쇄국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물론 미국이라는 결과로부터 소급해 근대사를 바라보는 결과론적 사고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596쪽,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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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독립만세운동과 식민지배체제’(지식산업사)는 한·일 학자들의 공동 연구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헌법학자 사사가와 노리카쓰(笹川紀勝) 국제기독교대학 명예교수 등 양국 학자 10명이 5년에 걸쳐 진행한 3·1운동 공동 연구의 성과물이다. 한국 학자들이 손병희, 안중근, 조소앙 등 식민지배 피해자의 활동을 다룬다면 일본 학자들은 일본 정부 재판 기록 등 가해자의 대응을 분석했다. 이 교수는 정조 시대의 ‘민국 개념’이 고종 시대를 거쳐 ‘국민의식’으로 변해 3·1운동을 배태했고, 김승일 동아시아미래연구원장은 조소앙의 민국 개념을 바탕으로 서양의 ‘공화’ 개념과 손문의 ‘민국’ 개념을 취사선택함으로써 대한민국 국호가 제정됐다고 추정한다. 3·1운동은 신민이 아니라 국민으로서 이뤄낸 의거라는 것이다. 592쪽, 3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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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 연세대 사학과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여한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창비)는 3·1운동을 공화와 주체의 자각 측면에서 재조명하고, 그 정치 원리가 촛불에서 구현됐다고 분석한다.

3·1운동은 단순한 거족적 항일투쟁이 아니라 그 결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민족 운동이고, 공화정으로 이끈 운동이며, 여성사 측면에서는 한국 여성의 첫 권리 투쟁이었다.

3·1운동이 한국 사회에 던진 현재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다. 280쪽, 1만6000원.

한편 언론인 손석춘의 ‘100년 촛불’(다섯수레)은 소설로 풀어낸 100년이다. 계약직 노동자인 화자는 촛불 집회에서 시아버지로부터 역사 속 굵직한 사건과 연결된 집안의 4대에 걸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들의 극적인 삶을 풀어낸다. 688쪽, 1만78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