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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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지휘자는 없어도 되지만, 콘트라베이스만은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음악을 아시는 분이면 누구나 인정할 겁니다. 콘트라베이스가 다른 악기들보다 월등하게 중요한 악기라는 것을 서슴없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비록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지만 말입니다.”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1984년 발표한 소설로, 한국에선 2008년 번역판이 나온 ‘콘트라베이스’에서 소시민을 상징하는 주인공 콘트라베이스 연주자가 하는 말의 한 대목이다.

콘트라베이스는 더블베이스·콘트라바스 등으로도 불린다. 쥐스킨트 소설 묘사대로 ‘조연’ 이미지가 강하다. 현악기 중에 가장 낮은 음역의 소리를 내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길이가 2m 안팎이어서 오케스트라의 맨 뒤에 배치될 뿐 아니라 연주 분량도 적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더 풍부한 음색의 악기는 없다고도 한다. 같은 선율일지라도 바이올린보다 비올라, 비올라보다 첼로, 첼로보다 더블베이스가 더 구슬프고 애절하게 들린다는 사람이 많다. 그런 악기를 ‘주연’으로 내세워 세계의 주목을 받는 더블베이시스트가 성민제(29)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더블베이스에 입문한 그는 2006년 16세에 독일 마티아스 스페르거 더블베이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동양인 최초이고, 역대 최연소였다. 자연스럽게 ‘신동(神童)’으로 불렸다. 그 이듬해엔 러시아 쿠세비츠키 더블베이스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 세계 3대 더블베이스 콩쿠르 중 2개를 잇달아 제패했다. 2009년에 나온 그의 데뷔 음반 ‘더블베이스의 비행(Flight Of The Doule B)’은 세계적 음반사인 도이체그라모폰에서 더블베이스 독주 음반으로는 사상 처음 제작 발매한 것이었다.

2010년 미국 카네기홀 등 세계 무대 연주회를 통해 극찬을 받아온 ‘젊은 거장’ 성민제의 리사이틀이 오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그는 “어떤 교향곡에선 악보의 한 페이지 이상을 같은 음으로 활을 긋느라 팔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픈 때도 있지만, 막상 관객은 우리가 뭘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런 그가 “더블베이스로 이렇게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 더블베이스의 스펙트럼이 이렇게 넓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곡으로 꾸미는 무대여서,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