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벤처 붐’ 정부 몫은 선제적 갈등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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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9-03-0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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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현 KAIST 교수·IT경영학

정부는 지난 6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제2 벤처 붐 전략’ 보고회를 열었다. 향후 4년간 12조 원 규모의 투자로 유망한 스타트업 벤처를 육성, 한국의 유니콘 기업 숫자를 20개로 늘리겠다고 한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 가치 1조 원(약 10억 달러) 이상의 신생 기업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쿠팡을 필두로 지난해에는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 토스로 유명한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까지 모두 6개의 유니콘이 탄생했다.

혁신의 상징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이런 보고회가 있을까? 필자가 지난해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플러그 앤 플레이라는 벤처 육성 기업을 방문한 경험에 비춰보면 ‘없다’. 플러그 앤 플레이는 새로운 혁신을 꿈꾸는 벤처들과 기존의 기업들 또는 투자자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곳을 통해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기도 하고, 경영 자문에 응하기도 하며, 협업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벤처와 투자자, 파트너 기업, 전문가 집단 등이 서로 만나 협업하는 플랫폼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로 유명한 드롭박스가 이를 통해 성장한 유니콘 기업이다. 현재 플러그 앤 플레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벤처 육성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나, 그 과정에서 정부는 자금을 지원하진 않았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을 지켰다. 그것은 혁신이 초래할 이해 당사자들 간의 갈등을 미리 우려해, 그 혁신의 길을 가로막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잘 아는 공유경제 기업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이렇게 탄생했다. 자율주행 서비스는 어떤가? 가끔 발생하는 사망자 소식에도 불구하고, 일반 도로에서의 주행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혁신의 사회적 가치가 클 때는, 혁신에 따라 영향받는 이해 당사자들 때문에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의 예를 보자. 차량 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당연히 많은 택시 운전기사들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택시 기사들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우리의 국민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다수 국민에게 혁신적 가치를 주는 서비스를 막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2∼3년 뒤로 예상되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택시 기사 자체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오는데, 그때도 우리나라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금지할 것인가? 글로벌 혁신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혁신가의 몫이고, 정부의 역할은 따로 있다. 벤처기업이 성장해 유니콘 기업이 되고, 이들이 우리나라 경제의 큰 활력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잠재적 가치를 선견(先見)하고, 혁신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정부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하는 벤처기업인들의자조 섞인 목소리는 사라질 것이다.

혁신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 과정에는 고통이 수반된다. 따라서 불이익을 받게 되는 이해 당사자들이 다른 직종, 다른 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혁신 대상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혁신 대상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그래서 필수적이다. 혁신적인 가치 창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을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책임감을 발휘하는 데서 정부의 존재 이유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제2 벤처 붐을 위해 12조 원의 돈을 쓰려면, 이렇게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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