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 교수의 古典名句>刻舟求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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舟已行矣而劍不行求劍若此不亦惑乎?(주이행의이검불행, 구검약차, 불역혹호)

배는 이미 나아갔지만 칼은 그대로인데 칼을 찾는 것이 이와 같다면 실로 어리석지 않은가?

진나라의 여불위(呂不韋)가 편찬한 ‘여씨춘추(呂氏春秋)’의 찰금(察今)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어떤 초나라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실수로 칼을 강에 빠트리자 다급하게 배 위에 표시해둔 뒤, 나중에 그 표시 지점 아래에서 칼을 찾으려 했다고 한다. 배는 이미 많이 나아갔는데 그 지점 아래서 칼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원출전이다.

찰금 편에는 순표야섭(循表夜涉), 인영투강(引嬰投江)이라는 두 개의 성어가 더 있다. 전자는 어느 군대가 낮에 강물이 얕은 지점에 표시를 해 두고 밤중에 그 표시를 따라 건너다가 그사이 강물이 갑자기 불어난 것을 몰라 많은 군인이 익사했다는 이야기다. 후자는 어떤 사람이 갓난아이를 강물에 던지려고 하자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 아이의 아버지가 수영을 아주 잘하니 아이 또한 수영을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는 이야기다. 세 고사는 각각 지점, 시간, 사람의 변화를 살피지 못한 어리석음을 풍자한 것이다. 찰금 편은 국가의 제도나 정책 등을 정할 때는 과거의 인습에 고착되지 말고 현재의 실제 상황을 잘 살펴야 함을 강조한 글이다.

이것이 어찌 정치에만 국한되겠는가?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말했다. 흘러가는 강물처럼 현실은 매 순간 변하지만, 우리는 인식의 틀에 각인된 표상을 현실이라 착각하고 그것으로 현실에 대처하려고 한다. 각인된 현실과 실제 현실이 별 차이가 없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차이가 클 때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깨어 있는 마음으로 수시로 인식의 틀 자체를 점검하는 마음을 가질 때 각주구검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상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