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한·일 ‘頂上 결단’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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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 前 주일 국방무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정세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2차 미·북 정상(頂上)회담의 협상 결렬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시곗바늘을 원위치로 돌려놓은 듯하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로 시작된 무역전쟁과 미·중 군사적 갈등은 언젠가 한반도를 직격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 정책도 시계가 불투명하다. 방위비 분담과 연합훈련, 무역 협상도 절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금이야말로 한반도 정세가 중요한 기로에 서 있으며, 한·일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한·일 관계는 어떠한가? 지금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 수립 후 최대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2018년 외무성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일 관계 좋지 않다가 65.7%다. 한국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 비영리 민간기구(NPO) 공동 여론조사에 나타난 일본인 호감도를 보면 2013년 76.6%에서 2018년 50.6%로 줄었으며, 한국인 호감도도 31.1%에서 22.9%로 줄었다. 한편,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의 70%가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실제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는 단 10%에 불과하다. 게다가 2015년 일본 외교청서는 자유·민주주의·인권 등의 기본적 가치 공유를 부정하고, 2018년도에는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국가’라는 표현마저 삭제했다. 상호 불신은 물론 대화 단절로 이어진 양국 관계는 오해, 편견이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이러한 한·일 관계가 지난해 12월 한·일 군사적 갈등으로 표출됐다. 6·25전쟁 이후 한·미·일 안보 협력은 한반도는 물론 역내 안보에 크게 기여해 왔으며, 한·일 안보 협력은 그 토대로서도 긴요하다. 특히, 일본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 등은 북한의 잠수함 감시 등 대북 해상 도발 억지 역할로 한국 해군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왔다. 그런데도 양국 관계가 악화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근 재향군인회 회장단 방일과 한·일 안보 전략 대화 개최 등 전략적 의사소통을 통해 상호 불신이 해소되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화 추진 등 2트랙 기조가 조기에 수습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한·일 위안부 문제에 이어 강제 징용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과 갈등이 향후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란 우려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당분간 일본의 보복 조치를 둘러싼 논의와 쟁점은 폭풍 전야의 징후다. 14일 열린 한·일 외교국장급 협의 결과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대화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일 관계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한·일 관계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한·일 상호 방문 1000만 명 시대이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일본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1998년 미래 지향적 한·일 파트너십의 재현과 2020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등 다양한 협력을 통해 한·일 갈등을 미래 지향적 관계 발전의 계기로 삼아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양국 지도자 간 대화와 통 큰 결단이 중요하다. 오는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오사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가능한 한 조기에 대통령의 방일이 추진돼 한·일 양국 정상 간 미래 지향적인 결단과 합의를 기대해 본다. 차기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