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록 보컬 권인하 ‘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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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세상 사람 모두 다 도화지 속에 그려진／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 욕심 많은 사람들 얼굴 찌푸린 사람들／ 마치 그림처럼 행복하면 좋겠어’. 록 가수이면서 발라드·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도 불러온 권인하(60)의 대표곡 ‘비 오는 날의 수채화’ 한 대목이다. 강인원 작사·작곡이다. 곽재용 감독이 1989년 개봉한 영화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삽입곡으로, 강인원·김현식과 함께 불렀다. 그 영화의 주제가인 ‘오래전에’보다 더 인기를 끌던 노래로, 요즘도 비 오는 날엔 음악방송에서 자주 내보낸다. 그 무렵에 청춘이었던 사람들에겐 30년 세월을 뛰어넘어 가슴 한쪽에 아련한 추억의 강물로 흐르고 있을, 시작과 마지막은 이런 가사다.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 그대 숨소리 살아 있는 듯 느껴지며／ 깨끗한 붓 하나를 숨기듯 지니고 나와／ 거리에 투명하게 색칠을 하지’.

경희대 환경학과 재학 중이던 1979년 학생 밴드 탈무드의 일원으로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한 권인하가 가요계에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작사·작곡가로서였다. ‘검은 커튼이 드리운 조그만 카페에／ 희미한 불빛 사이로 창백한 나의 모습’ 하는, 그의 작사·작곡인 ‘사랑을 잃어버린 나’가 이광조 노래로 1985년 발표돼 크게 히트했기 때문이다. 1986년 록 그룹 우리(We)를 결성, 보컬리스트로 본격 활동을 시작한 그는 고음역까지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풍부한 성량과 힘이 넘치는 야성적 창법으로 ‘천둥호랑이’ ‘괴물’ 등으로도 일컬어졌다. 1987년 솔로 가수로 독립한 뒤로도 그는 ‘그 햇빛 타는 거리에 서면／ 나는 영원한 자유인일세’ 하고 시작하는 ‘동숭로에서’ 등 인기곡들을 발표한 마로니에, 더 컬러스(The Colors) 등 프로젝트 그룹도 결성해 활동했다.

‘계절이 음악처럼 흐를 때’ ‘사랑이 사랑을’ ‘나의 꿈을 찾아서’ 등 인기곡들을 내놓으며, 영화와 TV 드라마에 연기자로도 출연해온 그는 유튜브에 최근 ‘권인하’ 채널을 개설해 젊은 가수들의 노래까지 리메이크해 부르는 영상을 올려 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같은 노래도 그가 부르면 전혀 다르게 들린다는 말을 듣는 권인하가 오는 22∼24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포효 2’ 제목으로, 모처럼 콘서트를 갖는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속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