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 여성 절반만 “자녀 꼭 필요”… 17%는 “없어도 괜찮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

일·가정양립 어려워 출산 기피
60% “부양책임 대학졸업까지”

자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혼 여성의 비율이 최근 3년 사이에 10.3%포인트 하락해 50% 밑으로 떨어졌다. 미혼 여성의 경우 더 심각해 자녀의 필요성을 느끼는 여성이 28.4%에서 19.5%로 하락했다. 반면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여기는 미혼 여성은 3년 전보다 18.5%포인트 늘어난 48.0%에 달했다. 전반적으로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으로 자녀의 출산을 억제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이상 자녀 수는 여전히 2명 이상이어서 사회·환경적 요인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1일 전국적으로 표본추출한 약 1만2000가구와 이들 가구에 거주하고 있는 기혼 여성 (15∼49세) 및 미혼 남녀(20∼44세)를 대상으로 결혼 및 출산과 관련된 생각(가치관)을 파악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1964년부터 실시된 이번 조사는 24번째(1979년부터 3년 주기) 발표다.

우선 결혼관이 바뀌었다. 기혼 여성의 경우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응답이 39.4%로 지난 2015년 49.2%보다 9.8%포인트 낮아졌다. 미혼 여성 역시 결혼 찬성은 2015년 39.7%에서 28.8%로 낮아졌다. 상대적으로 혼전 동거에 대한 의향은 늘었다. 기혼 여성의 경우 ‘결혼할 생각이 있다면 먼저 함께 살아보는 것도 좋다’에 찬성한 경우가 57.5%로 2015년 43.9%보다 높아졌다. 또 ‘혼인과 무관한 혼전 동거’에 대한 찬성 의견 역시 2015년 27.1%에서 2018년 36.8%로 크게 올랐다. 이혼관도 달라졌다.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면 이혼하는 게 낫다’에 2015년엔 65.6%가 찬성했지만, 2018년엔 72.2%로 올랐고, ‘자녀가 있어도 이혼할 수 있다’도 2015년 60.9%에서 2018년 67.1%로 증가했다.

자녀관도 함께 변했다. 기혼 여성의 경우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는 비율은 2018년 49.9%로 2015년 60.2%에 비해 10.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없어도 무관하다’는 16.9%로 2015년보다 6.3%포인트 늘었다. 자녀가 필요치 않은 이유에 대해선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25.3%)’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생활하기 위해(24.1%)’ 등을 꼽았다. 다만, 이상 자녀 수는 2.16명으로 2015년(2.25명)보다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2명 이상을 유지했다. 자녀에 대한 부양 책임은 ‘대학 졸업 때까지’는 2015년 62.4%에서 2018년 59.2%로 줄었고,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는 10.4%에서 14.7%로 늘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