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승부수… 동영상·뉴스 서비스까지 뛰어들었다

할리우드 배우들과 영화 등 제작
月9.99달러로 뉴스 무제한 구독
아이폰 매출 전세계적 하락세에
콘텐츠 만들어 넷플릭스와 경쟁
시장선 냉담…주가 1.21%하락

‘애플판 넷플릭스’가 공개됐다. 미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이 ‘TV플러스(+)’ ‘뉴스플러스(+)’ 등 새로운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를 선보이며 디지털 소프트웨어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넷플릭스, 아마존 등이 선점하고 있는 글로벌 OTT 시장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26일 CNN, 워싱턴 포스트, 타임 등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애플 스페셜’ 행사를 열고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인 ‘TV플러스(+)’, 뉴스 구독 서비스 ‘뉴스플러스(+)’, 구독형 게임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 골드만삭스와 제휴한 ‘애플 카드’ 등을 발표했다.

‘TV플러스(+)’는 국내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유사한 개념이다. 아이폰·아이패드를 만들던 애플이 직접 드라마, 영화,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공급하는 것이다. 애플은 이를 위해 10억 달러(약 1조1320억 원) 이상을 투자했고, 할리우드 톱배우와 감독을 끌어들였다. 이날 행사에는 오프라 윈프리, 스티븐 스필버그, M. 나이트 시아말란 , 리스 위더스푼과 제니퍼 애니스턴 등 유명 스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다. 우선 제작되는 30여 개 프로그램 중에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베스트셀러 소설 ‘파친코’를 원작으로 한 것도 있다. 타임은 “팀 쿡 애플 CEO에 의하면 애플의 TV플러스(+)는 올가을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서비스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플러스(+)’는 300개 이상의 잡지와 신문 기사를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한 달 구독료 9.99달러(약 1만1300원)로 내셔널 지오그래픽, 피플, 에스콰이어 등 고급 잡지와 월스트리트저널,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의 기사를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다. CNN은 “디즈니와 워너미디어 등이 올해 말, NBC 유니버설도 내년엔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한다”면서 “경쟁사들이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다면 애플은 그뿐 아니라 기술적 노하우와 장치를 사용하는 14억 명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하드웨어의 ‘언팩(Unpack)’이 아닌 소프트웨어 소개 행사를 연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의 새로운 도전은 주력 제품인 아이폰 매출이 전 세계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 하드웨어 중심의 성장 축을 디지털 콘텐츠 분야로 옮기기 위한 혁신적 흐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대대적인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이날 뉴욕 주식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애플 주가는 1.21% 하락한 채 마감했다.

한편 국내 OTT 업체들은 애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합종연횡’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는 양해각서(MOU)를 맺고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와 지상파의 ‘푹’을 하나의 서비스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음 달 중 통합 OTT가 설립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애플 ‘TV플러스(+)’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Mac), 애플 TV 앱 적용 기기 등에서 볼 수 있는 동시에, 애플 TV 앱이 연동되는 삼성·LG·소니의 스마트TV를 통해서도 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지배력이 확보되면, 또다시 애플이 기존처럼 특유의 폐쇄적인 정책을 들고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구·박준우·손기은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