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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푸드 플러스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10일(水)
향긋한 ‘녹색 비타민’… 한입 물면 ‘봄 기운’ 가득 ‘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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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리는 씹을수록 은은한 봄 향기가 입안 가득 퍼지고 맛도 깔끔해 겨우내 움츠렸던 입맛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좋은 식재료다. 김선규 기자 ufokim@

비타민C 풍부한 건강 채소
심혈관계질환·암 예방 효과

잎은 신선한 녹색 유지하고
줄기는 매끈·선명한게 좋아

논미나리는 굵고 키가 크며
돌미나리는 가늘고 붉은색

데쳐 먹으면 부드럽고 향기
생선요리땐 비린내 잡아줘


미나리는 한국, 중국, 일본에 널리 분포하며 재배 역사가 수천 년에 이르는 아주 오래된 식물이다. ‘미나리’의 ‘미’는 물을 의미하는 우리말이고, 미나리를 뜻하는 한자는 ‘芹(근)’이다. 서울에서도 미나리가 많이 재배됐음을 알 수 있는 지명으로 서대문구 미근동(渼芹洞)이 있다. 서울 왕십리에서 재배한 미나리는 마포 새우젓 장수가 있던 시절 이른 아침부터 팔리며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렸다. 미나리는 지금도 대도시 근교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는데 전국 광역시에서 생산하는 미나리가 전체 생산량의 30%를 넘는다. 강원과 충청 이남에서 생산하는 미나리가 전체 생산량의 94%에 이르는데 전남과 경북만 합해 전체의 48%가 생산된다. 시설재배가 늘어 50%가 넘고 1년에 2만5000t이나 생산된다.

미나리는 물이 많은 곳이나 습지에서 자생하고 추운 겨울에도 잘 견딘다. 물이 고여 흐르는 곳에는 미나리꽝을 만들었는데 어린이들에게는 썰매를 타는 놀이터였지만 우리 조상들에게는 겨울에도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는 건강 채소의 저장고였다. 지금은 재배기술도 발달해 사철 미나리를 만날 수 있다. 식용뿐만 아니라 민간요법에 활용하기도 했는데, 비타민C와 함께 산화 방지, 항염증 활성, 항돌연변이 효능, 심혈관계 질환과 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내는 여러 생리활성물질이 알려져 소비도 점점 늘고 있다.


미나리는 아삭아삭한 식감에 상큼한 향을 낸다. 이는 다른 채소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독특한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당근, 셀러리, 파슬리, 고수, 참나물 등 독특한 향이 있는 채소와 서양 요리에 쓰이는 아니스, 커민, 딜, 캐러웨이, 회향 같은 향신료는 모두 미나리과(科)에 속한다. 미나리 향은 입안에 오래 남고 씹으면 씹을수록 좋아진다. 수십 가지 성분이 미나리 향기에 관여하는데 그 가운데 석유 냄새로 오해를 받기도 하는 미나리 특유의 향은 파라사이멘(p-cymene)이라는 휘발성 물질이다. 이 물질은 타임, 오레가노 같은 서양 허브에서도 발견되며 항균작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재배 역사가 길다 보니 지역 환경에 토착화한 미나리 자생종만 수십 가지다. 곧게 서서 자라는 것, 바닥을 기며 자라는 것, 중간 특성을 지닌 것부터 줄기가 굵은 것도 있고 가는 것도 있으며 줄기 아래쪽이 녹색인 것도 있고 붉은색인 것도 있다. 물미나리, 논미나리, 돌미나리, 밭미나리, 불미나리 등 불리는 이름도 많아 혼동된다. 생태적 특성이 다양해도 식물학적으로는 한 가지 종(種)이다.

일반 미나리는 논에 물을 담아 키우기 때문에 물미나리 또는 논미나리라 부르는데 물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줄기가 녹색으로 연하며 굵고 키가 크다. 주로 줄기를 이용하는 탕 요리 등에 쓰인다. 밭미나리는 물미나리와 구분되도록 돌미나리로 많이 불리고 있는데, 논에서 재배하는 물미나리에 비해 길이가 짧다. 물이 적은 밭에서 키우면 줄기가 가늘고 조밀해지며 향이 강해진다. 줄기와 잎을 모두 이용하는 생식용으로 많이 쓰인다. 돌미나리는 본래 미나리의 야생종으로 줄기가 가늘고 붉은색을 띠는데 키가 작지만 향이 강하다. 줄기 겉에 색소를 많이 축적해 붉게 자라는 특성을 갖는데 유난히 붉은색이 강한 미나리 계통을 불미나리라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지리적 표시제로 보호받는 특산품인 ‘청도 한재미나리’는 밤에는 물을 담고 낮에는 물을 빼줘 논밭 재배의 장점을 살린 절충형 방식으로 키우며 초벌 미나리만 판매,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그 밖에 양미나리는 일반 미나리와 다른 것으로 줄기가 굵은 셀러리를 말하는 이름이다. 독미나리는 미나리로 오인할 수 있는 독초다. 키가 크며 강원 대관령 이북에서 자라는 멸종위기 야생식물이다.

미나리 고르는 요령을 농협유통 농산팀 윤경권 팀장에게 들어봤다. 잎이 신선하고 색이 변하지 않은 것, 줄기가 매끄럽고 녹색으로 선명한 것을 고른다. 너무 가늘거나 질기지 않은 것을 고른다. 마르지 않도록 해 냉장고에 세워서 보관하면 좀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미나리는 한겨울 추위에도 잘 버티고 베어내도 다시 줄기를 올리고 줄기를 끊어 놓아도 대나무처럼 생긴 가로 마디에 뿌리를 만들어낸다. 작은 통로를 통해 뿌리로 산소를 공급해 물속에 잠겨 있어도 썩지 않는다. 끊어 놓은 줄기를 흩어놓아도 흙 속에 뿌리를 내리며 건강하게 자란다. 미나리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친숙했고 다양하게 활용했다. 임금님 수라상에서부터 서민들의 나물 반찬까지 두루 이용됐다. 생명력이 강한 미나리처럼 자손이 번성하고 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돌상에는 붉은 실로 예쁘게 묶인 미나리가 올랐다. 음식의 의미만큼이나 재료별로 색깔이 잘 어우러지는 탕평채(蕩平菜)는 미나리의 녹색이 들어가 더 조화롭게 된다.


미나리 줄기는 특유의 탄력성이 있어 요리에서 식용 끈으로 유용하게 쓰이며 음식을 예쁘고 아름답게 만드는 장식용 재료로도 이용한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미나리강회는 녹색 미나리 끈으로 돌돌 말려 색깔도 좋고 맛도 좋다. 노란 유부 옷에 미나리와 고기를 소로 다져 넣고 미나리 끈으로 묶어 익혀내 맑은장국과 함께 먹으면 포인트가 생긴 녹색 끈이 아름답고 맛도 시원하고 향기롭다. 질감이 연하고 색상이 조화로워 은은한 봄의 향기를 먹는 느낌이다.

미나리를 데쳐 먹으면 부드럽고 기분 좋은 향긋한 향이 난다. 미나리와 숙주를 살짝 데쳐 자르고 간단한 양념으로 쉽게 무쳐내면 향긋한 미나리숙주나물무침이 완성된다. 부담스럽지 않은 향으로 질기지 않은 식감이 좋다. 미나리 무침을 먹으면 겨우내 움츠러들어 있던 몸이 깨어나는 느낌이 든다. 시금치 대신 김밥에 들어가면 봄의 색깔과 함께 향긋함으로 입맛을 자극한다. 나박김치에 들어간 미나리는 봄의 입맛을 돋게 하고 청량한 맛도 느낄 수 있어 식욕을 돋워준다. 향긋한 자연의 맛을 느끼며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정화되는 느낌을 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미나리는 생선이나 육류와 함께 쓰여 음식의 맛을 조화롭게 바꿔준다. 냄새를 잡고 부족한 성분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식중독이나 전염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등 유익한 점이 많다. 생선 요리에서 미나리는 강한 향으로 비린내를 덮는 최적의 효과를 낸다. 미나리를 데쳐내 오징어나 생굴에 말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돼지고기와 함께 먹는 미나리도 인기다. 비린내가 적어질 뿐만 아니라 미나리의 향긋한 향이 고기와 잘 어울린다.

요리를 한 다음 미나리가 남았을 때는 전이나 반찬을 해둔다. 밀가루 반죽을 약간 질게 한 다음 미나리를 많이 넣고 양파와 해물을 잘게 다져 넣고 바삭바삭하고 고소하게 전을 부쳐 먹는다. 반찬으로는 미나리무생채도 좋고 장아찌로 만들어 냉장 보관하면서 먹으면 미나리 향과 식감을 더 오래 즐길 수 있다. 미나리의 잎은 예쁜데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탄산수와 꿀을 넣고 믹서로 갈아 먹는 방법도 있다. 연한 미나리 잎으로 전을 부쳐서 먹어도 된다. 달래 간장과 함께 먹으면 봄을 더 느낄 수 있다. 꼬막, 주꾸미 등과 함께 볶음밥이나 비빔밥을 해 먹으면 봄이 한층 더 느껴지는 요리로 만들 수 있다.

미나리를 손질할 때는 식초 몇 방울로 물에 담근 후 흐르는 물에 세척한다. 예로부터 미나리를 놋그릇에 담거나 놋숟가락을 넣은 것은 구리에 의한 효과를 보기 위함이다. 구리이온은 살균작용이 있고 물이끼나 잡벌레를 죽게 하는 효과도 있다.

신구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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