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 Story >정송 교수는… 중학교 전교1등, 고교땐 방황·가출도… 병아리도 못만져 의대는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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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 카이스트 교수는 응용 최적화 이론과 응용 데이터 과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인간 이동성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대한 공로로 네트워크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의 ‘윌리엄 베네트 상’을 2013년과 2016년 2번이나 수상한 석학이다. 정 교수의 수상은 아시아권 대학의 첫 수상이며 2회 수상은 상이 제정된 이후 두 번째다.

1964년 서울 출생인 정 교수는 서울 여의도고-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미국 텍사스주립대 전기컴퓨터공학을 거쳤다. 이후 AT&T벨연구소 연구원과 서강대 교수를 거쳐 2000년부터 20년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석좌교수로 일하고 있다. 프로필만 보면 엘리트 영재 코스만 밟아온 것처럼 보이는 정 교수는 고교 시절 다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고 자신을 회고했다. “정릉 쪽에 살다가 여의도고로 진학하게 됐는데, 수학·물리·영어 등을 잘했고 중학교 때까지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공부하면서 전교 1등을 했지만, 고교에 와보니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았어요. 저는 존재감도 없었고 초등학교 시절 여의도 키즈로 이뤄진 ‘이너 서클’에 들어가기도 힘들었어요. 고교 동기들이 한 해에 100여 명씩 서울대에 진학했는데 공부로는 ‘어필’하기 힘들었지요. 고3 때 독서실로 가출도 해보고, 술·담배도 하고, 아버지한테 난생처음 맞아보기도 하며 방황을 했습니다. 다행히 그때 당시 학력고사 300점 넘는 사람이 6000명 이상 나올 정도로 문제가 너무 쉽게 출제돼 원하던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어요. 운이 좋았지요. 요즘 말로 ‘물수능’ 덕을 봤습니다.”

고3 당시 그도 다른 공부 잘하는 이과생처럼 서울대 의대 진학을 권유받았지만 그의 선택은 제어계측공학과였다. 정 교수는 “병아리도 못 만지는 성격이라 의대 진학은 죽어도 싫었는데, 때마침 로봇과 로켓을 개발하는 학과라고 해서 원서를 쓰게 됐다”고 회고했다.

정 교수에 대한 평가 중 독특한 것은 ‘인재 영입의 달인’ ‘마당발’이라는 호칭이다. 전공 분야에서 다른 학자들이 평생 해도 못 이룰 학문적 업적을 이미 쌓았지만 사회성과 팀워크를 중시하는 성격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보통 이공계 교수들이 자기 연구에 집중하다 보면 옆에 누가 있어도 무관심하고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정 교수는 다르다. 정 교수는 “좋은 팀,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가 못하더라도 좋은 사람들의 일원이 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AI대학원을 맡게 된 이유도 “좋은 교수들을 설득해 모으고 영입하는 것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AI 분야가 오늘날 세계 10위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는 인재 영입의 달인으로 통하는 정 교수의 숨은 공헌이 크다는 평가다. 앞으로 카이스트 AI대학원이 세계 초일류 연구그룹으로 성장하는 데 그의 역량과 경험, 리더십이 얼마나 발휘될지 주목되고 있다.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