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線 찾으려 연기 뚫고 곡예비행… 목숨걸고 숲 지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산림헬기들이 최근 경북 문경시의 한 산불 진화 훈련장 상공을 비행하며 소화수를 살포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 산림청 ‘산불진화 영웅들’의 활약상

수십년간 경험·전문성 축적한
헬기조종사 89명·정비사 76명
전국 산불 현장 최일선에 투입
장시간 작업에 피로·위험 노출

헬기서 강하 공중진화대 66명
절벽 구간·고산지역 불길잡아
특수진화대 교육·훈련 도맡아

이달 초 발생한 강원 산불을 계기로 위험과 싸우며 묵묵히 일하는 산불 진화 종사자들의 노고와 애환이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강풍 속에서 목숨을 걸고 비행하는 산림 헬기 조종사에서부터 안전 비행을 돕는 정비사, 공중 강하를 통해 산불 현장에 투입돼 화마와 사투를 벌이는 공중진화대원 등 음지 속 영웅들의 활약상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26일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 발생 시 최일선에 투입되는 조직과 인력으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산불예방진화대 등이 있다. 이들은 수십 년간 축적된 진화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국 골짜기를 누비며 산불과의 전쟁을 벌이는 정예 인력들이다.

산림항공본부는 산불 진화에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산림 헬기를 운용하는 국내 최대의 헬기 운용 국가기관이다. 강원 원주에 본부를 두고 전국 어디서나 30분 이내 출동할 수 있도록 47대의 헬기를 지역별로 12개 권역에 분산 배치해 골든타임 내 초동진화에 힘쓰고 있다. 1971년 산림항공대 창설 이후 48년간 산불 진화, 항공방제, 산악 인명구조, 화물 운반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산림항공본부 소속 헬기 조종사 89명, 정비사 76명은 전문임기제 공무원들로 산불 진화의 주력군이다. 조종사들은 이번 강원 산불 현장에서도 하루 12시간이 넘는 시간을 강풍에 낙엽처럼 흔들리는 진화 헬기 속에서 조종간을 꽉 쥐고 임무를 수행했다. 정비사들은 진화 헬기에 동승해 안전 비행을 돕는 것도 모자라, 야간 밤샘 정비까지 투입됐다. 공중지휘 헬기를 모는 이경수(50) 조종사는 “초대형 헬기가 불머리에 정확히 물을 살포할 수 있도록 화선(火線)을 찾기 위해 때로는 연기 사이를 곡예비행할 때도 잦다”며 “초대형 산불 같은 난도가 높은 임무를 수행하는 조종사와 정비사들은 대부분 악시정이나 강풍 같은 기상환경의 제약 속에서 장시간 진화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피로와 스트레스에 빨리 노출된다”고 토로했다. 항공안전법상 1일 최대 비행시간은 8시간이지만 산불 재난 시 교대 인원이 없어 최대 비행시간을 초과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산림헬기 승무원의 좌석당 인원 비율은 타 기관에 비해 크게 낮다. 조종사의 경우 소방방재청이 좌석당 2.4명, 경찰청 2.0명이지만 산림항공본부는 1.1명에 불과하다. 고온현상, 낮은 강수량, 건조일수 증가로 산불이 급증하고 있고 노후 헬기의 증가로 정비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충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1997년 출범해 현재 66명 규모로 운영 중인 공중진화대는 지상 진화의 정예 인력들이다. 6∼9급 공무원들로 구성된 이들은 헬기에서 공중 강하를 통해 절벽 구간, 고산 지역 산불 현장에 투입되거나, 헬기 인명 구조를 수행한다. 강원 산불 현장에서 활약상이 크게 조명된 331명 규모의 산불재난특수진화대(기간제 근로자) 교육 훈련도 이들의 몫이다. 진천산림항공관리소 소속 조복연(50) 대원은 지난 20년간 전국의 수많은 산불 현장에 투입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온 베테랑이다. 조 대원도 지난해 2월 강원 삼척 야간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가 추락 사고로 경추가 손상되는 중상을 입고 수술까지 받았다. 조 대원은 “대한민국에서 산불을 전문적으로 진화하는 유일한 특수조직에서 일하는 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8900여 명에 이르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산림청 소속 산불예방진화대원들(기간제 근로자)도 소중한 숲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이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수호할 수 있도록 인력과 장비 지원, 처우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