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쿼터백’ 머리, 사상 첫 MLB·NFL 모두 1라운드 지명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애리조나 카디널스行’

작년 오클랜드선 ‘전체 9순위’
연봉 1900만달러 제시했지만
방향 튼 머리, 결국 NFL 선택

‘178㎝에 88㎏’ 체구는 작지만
순발력으로 탁월한 기량 발휘
“美스포츠 역사 새 발자취 남겨”

한국계 ‘만능스포츠맨’ 카일러 머리(22)가 미국 프로스포츠 역사를 새로 썼다. 쿼터백인 머리는 2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진행된 2019 미국프로풋볼(NFL)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1순위로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지명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선택을 받은 머리는 이로써 사상 최초로 NFL과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자로 등록됐다. 머리에 앞서 보 잭슨과 디온 샌더스 등이 NFL과 메이저리그를 병행했지만, 양 리그 1라운드 지명은 아니었다.

1970년 아메리칸풋볼리그(AFL)와 통합된 뒤 올해까지 치러진 총 50차례의 NFL 드래프트에서 쿼터백이 전체 1순위로 지명된 건 전체 포지션 중 최다인 25번이다. 머리는 또 전미대학풋볼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되는 하이즈먼 트로피 수상자 중 전체 1순위로 지명된 22번째 주인공이 됐다.

머리는 최대 5년간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게 된다. 드래프트에서 구단의 선택을 받은 신인은 NFL 규정에 따라 최대 4년간 계약할 수 있다. 그러나 머리처럼 1라운드 지명자는 구단이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머리는 1순위로 지명된 직후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며 “드디어 내 간절한 꿈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머리는 “풋볼은 내 삶의 사랑과 열정”이라면서 “애리조나에 우승 트로피를 선물할 수 있는 NFL 최고의 쿼터백으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머리는 고교 시절 풋볼과 야구를 겸업했으며, 오클라호마대 4학년이던 지난해 야구선수로 5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6, 10홈런, 47타점을 챙겼다. 머리는 메이저리그 오클랜드로부터 466만 달러(약 54억 원)의 계약금을 보장받았지만, NFL로 방향을 틀었다. 오클랜드는 머리를 붙잡기 위해 선수단 연봉 총액의 21%에 달하는 총액 1900만 달러(220억5000만 원)를 제시했지만, 머리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머리는 메이저리그를 뿌리치면서 거액을 날렸지만 포기한 금액의 1.5배에 달하는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지난해 NFL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쿼터백 베이커 메이필드는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와 3268만 달러(379억2840만 원) 규모에 4년간 계약했다. 머리 역시 쿼터백으로 전체 1순위이기에 메이필드에 맞먹는 대우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머리는 키 178㎝, 몸무게 88㎏으로 비교적 작은 체구지만 보기 드문 ‘듀얼형’ 쿼터백이다. 특유의 순발력으로 신체조건의 한계를 극복, 패스와 러닝 모두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며 지난해 12월 오클라호마대를 전미대학풋볼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머리는 지난해 337번의 패스 시도 중 260개를 정확하게 던졌고, 터치다운 패스 42개를 포함해 총 4361패싱야드를 남겼다. 공을 들고 140차례 달려 1001야드를 전진했고, 12번이나 직접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USA투데이는 “머리가 전체 1순위로 지명되면서 미국 프로스포츠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겼다”며 “1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반드시 머리를 뽑겠다고 공언한 클리프 킹스베리 애리조나 감독의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powerkim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