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韓 자위대, 日 정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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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얼마 뒤 일본 중견 언론인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다. 이때 옆 테이블에서 휴가 나온 해병대 병사 2명과 이들의 여자친구로 보이는 젊은 여성 2명이 돼지 갈비를 구우며 얘기하고 있었다. 포격 당시 걱정을 많이 했다는 여성들의 말에, 해병대 사병들은 으쓱거리며 다소 과장돼 보이는 군대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됐다. 조금 시끄러워 자리를 옮기자고 말하려는 순간, 일본 언론인이 “저런 모습 참 부럽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군복 입은 근육질의 한국 남성과 ‘초식남(草食男)’이 돼 버린 일본 청년들이 너무 대비된다는 것이었다.

자위대(自衛隊)가 있지 않으냐고 묻자, 이 일본인은 공격할 수 없고 ‘전수방위(專守防衛)’만 하는 자위대는 정상 군대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심지어 전쟁을 결심할 수 없는 국가는 ‘보통(普通) 국가’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본에서 자위대원들이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아느냐고 되물었다. 과거엔 한국이 문약하고 일본이 무(武)를 숭상했는데 이제는 뒤바뀌었다며 일본의 미래를 염려했다.

불행히도 이 일본인의 우려는 기우(杞憂)였던 것 같다. 한국은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주요 한·미 연합훈련을 모두 폐지해 버리고, 대폭 축소된 형태의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1부 위기관리 및 방어단계 연습만 하고 2부 반격 단계는 생략하고 있다. 국군(國軍)이 전수방어하는 자위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방어훈련만으론 한국군의 제1차적 존재 이유인 군사적 대북 억지력을 확보할 수 없다. 억지력의 사전적 정의(定義) 자체가 ‘한쪽이 공격하려고 해도 상대편의 반격이 두려워서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힘’이다. 반격 능력이 없다면 상대방이 한번 모험을 걸어봐도 ‘밑져야 본전’이란 유혹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 자위대는 ‘집단적 자위권’ 등의 논리로 전수방어 원칙을 허물고 있다. 일본 자위대의 해외 파병도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일본 자위대가 국군이 되려면 헌법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서 평화헌법을 일본에 강제했던 미국이 일본을 주요 군사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 미·일 연합훈련을 강화하고 있으며, F-35 전투기의 설계 기밀마저 일본에 제공한다고 한다. 일본 자위대는 국군화(化)의 길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