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OECD 평균 비교의 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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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산업부 부장

언제부턴가 우리는 경제 문제를 얘기할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기준(基準)으로 삼기 시작했다. ‘전체 일자리 중에서 공공 부문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복지와 사회 안전망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편이다’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런 주장은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재정 건전성이 가장 우수한 편에 속하므로 재정(국민 세금)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2017년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경제 분야에서 한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OECD 기준을 들이대면서 재정 지출을 확대한 게 전부”라고 얘기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OECD는 1961년 유럽의 강호 18개국과 미국, 캐나다를 합쳐 20개 회원국으로 출발했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선진국과 북미의 신흥 강호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명실상부한 ‘선진국 클럽’이었다. 그 뒤 경제가 급성장한 일본과 호주 등이 합류했고,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 12일 29번째로 회원국이 됐다. 현재 OECD 회원국은 모두 36개국이다.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경제 문제를 논의할 때 OECD 평균이나 순위를 따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이고, OECD는 선진국의 표상(表象)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경제 지표에서 OECD 회원국 평균에 도달한다는 것은 좋은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OECD 평균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재정을 쓰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현재의 OECD 회원국 평균을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하는 것에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나라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OECD 회원국 중 상당수는 복지 제도를 운용한 역사가 길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오래전부터 겪어 인구 구조가 완숙기에 접어든 국가도 많다. 우리나라와 달리 수출입 비중이 작고 내수 비중이 높은 나라도 상당수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을 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하면 여러 가지로 우리나라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에서 재정 건전성이 가장 좋은 편에 속하는 것도 맞는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의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현재 지표를 OECD 회원국 평균과 직접 비교하는 것에는 위험이 따른다. 어쩌면 ‘OECD의 현재’와 ‘우리의 현재’를 비교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비교하는 게 더 적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앞두고 국책연구원 등에서 세미나를 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있다. “재정을 과도하게 아끼려는 기획재정부 때문에 그동안 과감하게 재정 지출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역으로 묻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번(2017년과 2018년)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올해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추경,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총지출 증가율로 짜인 올해 예산은 재정 확대가 아니고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나라가 1996년 OECD에 가입한 뒤 딱 1년이 지난 1997년, ‘단군 이래 최대 위기’라는 외환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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