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분석>그들만의 적폐청산… 추락하는 공영방송

정상화 명분 내부 편가르고
프로그램의 질은 도외시해
시청률·광고·신뢰도 하락

KBS 양승동 사장 檢 송치
MBC, 뉴스 시청률 바닥권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이 8일 양승동 KBS 사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이른바 공영방송의 ‘적폐청산’ 활동에 공적인 제동이 걸렸다.

양 사장은 지난해 KBS 정상화를 위해 만든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의 운영규정 제정 과정에서 구성원의 동의를 충분히 구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사내외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적법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양대 공영방송 KBS, MBC의 ‘적폐청산’이 또 다른 적폐가 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KBS는 진미위, MBC는 정상화위원회를 통해 방송의 진정성과 독립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부 반목만 키웠고, 프로그램의 질은 도외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시청률과 광고수익은 동반 하락하고 유능한 창작자들은 비전을 잃고 떠나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빈껍데기 공영방송’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KBS는 양 사장 최초 취임 후 1년, MBC는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어느 것 하나 개선됐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고 있다. KBS는 ‘콘서트 7080’ 등 장수 프로그램들을 ‘오래됐다’는 이유로 폐지하고 ‘오늘밤 김제동’ ‘대화의 희열’ 등을 편성했으나 잦은 출연자 논란으로 잡음을 낳았다. 지난달 초 강원도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국가재난 주관방송사로서 몇 시간이나 늑장방송을 해 부실을 드러냈다. MBC 간판 뉴스인 ‘뉴스 데스크’의 시청률은 2∼4% 안팎까지 떨어졌다. 최근 오후 10시 드라마도 일제히 편성시간을 1시간 앞당기기로 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광고 역시 하락세다. 2012년 6200억 원 수준이던 KBS의 광고 매출은 2017년 3600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2018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MBC 계열의 2017년 광고 매출액은 4765억 원으로 전해 대비 22.4%(1373억 원) 하락했다. 올 1분기 광고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4% 떨어졌다. KBS의 한 중간간부는 “처음엔 과거 청산에 기대를 걸었으나 지금까지 진행된 것을 보면 혁신이 아니라 역행이라는 자괴감이 든다. 시청자의 요구는 외면한 채 이념과 명분만 좇다 보니 방송에서 재미와 창의가 사라졌다”고 고백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