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굳은 표정으로… 문무일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혁 방안으로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논의되는 것”이란 언급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단호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檢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
“검사들 주장 곡해 안타까워”
“수사권 조정 방향 잘못되면
국민들 기본권 침해돼” 비판
이례적으로 빠르게 시작한
후임총장 선정 착수도 비판
“현총장 힘빼기 작업 나선듯”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 KBS 대담에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하는 검찰을 향해 “보다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 것을 ‘검찰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통령이 향후 수사권조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는 과정에서 의견 수렴의 절차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청와대의 검찰 권력 통제에 대한 생각이 여전함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법무부가 임기가 70일이나 남은 문무일 검찰총장의 후임을 뽑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및 천거 공고’를 내는 등 ‘검찰 힘 빼기’에 나설 예정이어서 검찰 내부적으로는 협공을 받고 있다는 상황인식이 지배적이다.
10일 대검찰청의 한 검사장은 “검찰에 대한 비판이 오늘의 상황에 이르게 된 부분을 반성하고 역대 어느 때보다 변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검경 수사권 조정은 형사사법시스템을 다시 짜는 문제여서 중론을 모아 옳은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검사들의 주장인데, 밥그릇 싸움으로만 곡해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치경찰제를 선결해서 경찰 비대화를 미리 방지한 후에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하는 방향이 맞는다”면서 “수사권 조정의 방향이 잘못되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9일 밤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검찰도 법률 전문 집단이고 수사 기구이기 때문에 충분히 자신들의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검찰이 보다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대통령 대담은)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한 담화였다”며 “현 조정안에 검찰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문 총장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가서 입장을 설명하는 길밖에는 검찰의 입장을 반영할 길이 없다는 것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문 총장은 이날 출근길 ‘문 대통령이 검찰이 셀프 개혁 기회도 놓쳤다고 담화에서 밝힌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고하시라”며 즉답을 피했다.
법무부가 조기에 문 총장의 후임을 뽑는 절차에 착수한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법무부는 조만간 ‘차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및 천거 공고’를 낼 예정이다. 검찰총장 인선은 법무부가 구성하는 후보 추천위에서 3명 이상의 후보군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중 후보 1명을 내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 재임 중에는 임기 종료 50여 일 전에 후보 추천위 공고가 나왔다. 서울 서초동의 한 차장검사는 “추천위가 이렇게 빨리 꾸려진 적이 있었냐”고 반문하며 “현 총장 힘 빼기를 위한 작업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유진·이희권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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