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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21일(火)
‘왕좌의 게임’ is over… 팬들은 “다시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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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의 어머니’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왼쪽)과 존 스노는 ‘왕좌의 게임’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실질적인 주인공이었다.
▲  탁월한 지략을 발휘한 티리온 라니스터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좋아한 캐릭터로 꼽기도 했다.

- 시즌8로 종영… 열광·분노, 왜?

7개 가문 왕좌 놓고 지략 대결
현실 국가 외교전 방불케하는
탄탄한 스토리 전개 주목받아
소외된 캐릭터로 반전 보여줘

살인·근친상간·패륜 줄이어
‘막장 MSG’ 더해 팬심 유혹

마지막 시즌은 역대 최저 평점
美서 ‘재촬영’ 온라인 청원까지
21일 현재 전세계 132만 넘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드라마의 명대사를 패러디한 문구를 자신의 SNS에 게재하자, 방송사 HBO 측이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며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왕좌의 게임8’을 다시 만들라.”

미국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19일(현지시간) 시즌8을 끝으로 8년에 걸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2011년 첫 방송 이후 강력한 스토리, 볼거리, 권력과 인간 욕망에 대한 집요한 시선 등으로 ‘문화 쓰나미’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적인 팬덤을 이끌어온 콘텐츠의 마무리다. 하지만 팬들은 아직 ‘왕좌의 게임’을 보내지 못했다. 최근 미국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는 “유능한 작가와 함께 ‘왕좌의 게임8’을 다시 만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21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132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서명에 참여했다. 팬들은 정말 ‘왕좌의 게임’의 결말이 못마땅한 것일까? 아니면 도무지 보낼 수 없어 또 다른 시즌을 원하는 것일까? 현실 속에서 진짜 왕좌의 게임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까지 팬을 자처했던 ‘왕좌의 게임’, 과연 무엇이 이토록 이 드라마에 열광하게 만든 것일까?


◇할리우드식 웰메이드 막장극

일단 ‘왕좌의 게임’은 볼거리가 풍부하다. 시즌8의 경우 회당 제작비가 약 1500만 달러(약 178억 원)였다. 한국 영화와 비교하자면 ‘부산행’(86억 원) 두 편을 만들 돈을 매회 쏟아부은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기록한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버금가는 완성도 높은 판타지물을 극장이 아닌 안방에서 볼 수 있으니 시청자들이 목을 빼고 기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왕좌의 게임’의 팬들은 볼거리가 아니라 스토리에 집중한다. 가상의 대륙인 웨스테로스에 위치한 7개 가문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지략은 탁월하고 백병전은 현란하다. 그리고 북쪽 성벽 밖에는 백귀(white walker) 등이 호시탐탐 웨스테로스를 노리고 있다.

이는 마치 현실 속 국가가 처한 내·외적 상황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각각 이란 제재와 멕시코 국경 장벽과 관련해 ‘제재가 오고 있다(Sanctions are Coming)’ ‘장벽이 오고 있다(The Wall is Coming)’라는 문구를 자신의 SNS에 올린 것은 ‘왕좌의 게임’의 상징적 대사인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를 패러디한 것이다.

‘왕좌의 게임’은 여기에 ‘막장’이라는 MSG로 강력한 맛을 더한다. 하얀 눈밭에 널브러진 조각난 인체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됐던 ‘왕좌의 게임’은 시즌 내내 살인과 섹스 등을 직접적이고 밀도 높게 표현하고, 근친상간과 패륜 등 막장이라 불릴 만한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 오감을 자극했다.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국 드라마 특유의 로맨스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드라마였다”며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단단한 내러티브와 화면구성이 전 세계 팬들을 매료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공이 누구? 소외된 자들을 보듬다

‘왕좌의 게임’을 뒤늦게 몰아보려는 이들은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캐릭터 한 명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극 전개와 달리 ‘왕좌의 게임’은 시즌 내내 주요 캐릭터가 사라진다. 시즌1의 주인공이었던 에다드 스타크가 참수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숱한 주요 등장인물이 다소 허무하게, 하지만 극히 현실적으로 숨을 거뒀다. 어떻게든 주인공을 살리기 위해 스토리를 끼워 맞추는 기존 작품들에 신물이 난 팬들에게 ‘왕좌의 게임’이 선사한 최고의 카타르시스다. 호주 한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시즌7까지 등장한 주요 인물 330명 중 186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왕좌의 게임’은 소외된 이들을 조명한다. 이 드라마의 시작을 알린 스타크 가문에서 시즌8까지 살아남아 왕권에 도전하는 이는 가문의 서자로 북쪽 성벽을 지키는 야경꾼 사령관으로 일했던 존 스노다. 그와 함께 시즌 전체를 관통한 ‘용의 어머니’ 대너리스 타르가르옌 역시 몰락한 가문의 여성이다. 시즌1의 1회에서 가문의 재건을 위해 친오빠에 의해 팔려가듯 정략결혼을 하게 된 그가 ‘왕좌의 게임’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이 외에도 뛰어난 지략을 갖췄지만 난쟁이라는 이유로 놀림당하며 주류에 편입될 수 없었던 티리온 라니스터 역시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이에게 사랑받은 캐릭터였다.


◇왜 충성도 높은 팬들은 ‘시즌8’에 화가 났나?

‘왕좌의 게임8’은 미국 영화 전문 사이트 IMDB에서 10점 만점에 6점대로 역대 최저 평점을 기록했다. 통상 드라마의 마지막 회 시청률이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결과다. 도대체 왜 골수 팬들은 그토록 화가 난 것일까?

분노의 핵심은 절대선(善)을 대변하던 대너리스의 캐릭터 변화다. 노예를 풀어주고 보다 더 나은 세상을 원했던 대너리스는 시즌8 4회에서 용 한 마리를 잃더니 갑자기 항복한 이들과 무고한 시민까지 공격하며 매드퀸으로 변모한다. 이는 핑크빛 무드를 보였던 대너리스와 존 스노의 대결 구도를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제작진이 둔 ‘무리수’라는 지적과 함께 팬들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권력 구도와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다면적으로 그린 세계관이 놀랍다. 최근 국내 사극을 집필하는 김영현, 김이영 작가들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판단된다”며 “그만큼 팬들 입장에서는 이 드라마가 끝난다는 것이 아쉽고 새로운 버전이 나오길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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