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도미사일’ 소동, F-35 쉬쉬…정상회담 구걸用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의 21일 ‘단도미사일’ 언급은 당연히 실언(失言)의 결과일 것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복잡한 국정을 다루다 보면 그런 정도의 일은 충분히 양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대수롭지 않은 소동에 큰 관심이 쏠리게 된 배경이다. 문 대통령은 국군과 주한미군 수뇌부를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최근 북한의 ‘단도미사일’을 포함해 발사체의 발사에 대한 대응이 아주 빛이 났다”고 했다. 기자들은 물론 국방부까지 탄도미사일을 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논란이 일었다. 결국 고민정 대변인이 직접 문 대통령에게 확인한 뒤 ‘단거리 미사일’로 정정했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과 무관하게 북한이 지난 4, 9일 발사한 미사일이 탄도미사일이라는 평가가 정설(定說)로 되고 있다. 미군과 전문가들은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신형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로 결론을 내리고 ‘KN-23’으로 명명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군 측은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와 군은 아직도 ‘분석 중’이라는 입장이다. 문제의 미사일 사거리를 보면 한국을 겨냥한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한국이 가장 강력한 대응을 하는 게 정상이다. 탄도미사일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 2094호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트리거 조항’이 자동으로 작동된다. 만약 탄도미사일이 아니라면 북한이 해명하고, 추가 제재를 회피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이 앞장서는 것은 한참 잘못된 일이다. ‘단도미사일’ 소동도 이런 맥락 때문에 소동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도입한 공군의 첫 스텔스 전투기인 F-35A ‘전력화 행사’가 연기되는 조짐이 보이는 것도 우려할 만한 일이다. 국방장관이 불참한 가운데 F-35 인도식이 열려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당시 4∼5월쯤 전력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예고하기도 했었다. 6월로 늦어지고 아예 하반기로 넘어간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최신예 전투기를 도입하고도 쉬쉬하는 셈이다.

이런 현상들에 대해 ‘북한 눈치보기’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지난해 5월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깜짝 정상회담을 열었던 것처럼 그런 이벤트를 또 시도한다는 얘기가 나돈다. 그러나 구걸하다시피 해서 정상회담을 열어도 실질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는 직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