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프랑스 철도의 초기 열차. 화물과 승객 운송을 위해 증기기관과 말을 모두 사용했다. 2층 객차에서 부유층이 아래에 앉아 있다. 다시봄 제공
- 철도의 세계사 / 크리스티안 월마 지음, 배현 옮김 / 다시봄
첫선보인 19세기부터 100년간
인류의 생활양식 근본적 변화
영국 → 유럽 → 미국으로 확산되며
산업혁명·경제 활성화 주역으로
식민지 수탈·원시림 훼손 등
곳곳서 부작용도 나타났지만
전세계 오지 오가며 젖줄 역할
사회 진보 촉진한 원동력 평가
교통·운수 분야 전문가이자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크리스티안 월마의 ‘철도의 세계사’에 따르면, 기차는 애초부터 빠름이 가장 큰 경쟁력이었다. 빠르면서도 동시에 많은 사람과 물자를 한 번에 운송함으로써 철도는 “인류의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모든 변혁을 재촉”했다. 첫선을 보인 19세기 초부터 100년이 채 못된 19세기 말까지 철도는 “이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 마을이나 시장이 있는 가까운 마을을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었”던 사람들을 외지로 내보냈다. 외지의 신선한 우유 등이 철도를 타고 들어오면서 각종 산업이 부흥했다. 대규모 제조업이 가능했던 직접적 이유는 산업혁명 때문이지만, 실질적인 부흥은 철도의 발전에 기댔다고 볼 수 있다.
철도의 역사는 영국에서 기원했다. 산업혁명 시기 증기기관을 발전시킨 영국 기술자들은 철도 기술도 앞서갔다. 이후 “주로 석탄 등을 광산에서 배가 다니는 수로까지 운송하기 위한” 철도를 발전시켰던 영국인들은 마침내 1830년 9월, 리버풀-맨체스터 철도를 개통하기에 이른다. “증기기관차로 운행하는 복선 철도”인 리버풀-맨체스터 철도는 “승객과 화물을 양방향으로” 실어 나르며 철도의 신기원을 이뤘다. 철도가 산업에 미친 영향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철도라는 저렴한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산업혁명이 촉발한 경제 발전은 정체하거나 오랫동안 영국에 한정된 채 머물렀을 것이다.
영국의 철도는 기술 이전이나 모방을 통해 전 유럽과 미국으로 확대됐다. 유럽의 경우 넓은 대륙을 잇다 보니 표준 궤간인 1435㎜는 지켰지만 차량의 높이와 폭, 즉 차량한계는 영국보다 커졌다. 객차가 크고 넓어지면서 안락한 객실도 속속 생겨났다. 철도는 미국에서도 환영받았다. 저자는 “철도가 없었으면 미국은 지금과 같은 하나의 나라, 즉 미합중국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할 정도다. 철도가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광대한 국토와 경제 성장 때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즈음 미국은 세계 철도 총연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장의 철도망을 갖췄다. 미국 열차는 유럽 열차가 할 수 없었던, 즉 2층 객차나 트럭 같은 차량을 그대로 싣거나 컨테이너를 2단으로 쌓을 수도 있는 철도를 발전시켰다. 미국에서 철도는 남북전쟁의 승패도 갈랐다. 1860년 남북전쟁이 발발할 당시 북부가 남부보다 철도 노선이 더 발달했고, 그 능력을 이용할 줄 아는 정치인들도 많았다. 북부군은 전쟁 개시와 함께 철도를 전시 지원체제로 정비했고, 이에 따라 병력과 군수물자를 신속하게 이동시켰다.
19세기 말에 이르러 철도는 가장 완벽한 이동수단이자 운송수단으로 전 세계에 뿌리내렸다. 자유로운 여행과 경제 활성화의 주역이었지만, 곳곳에서 식민지 수탈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곡물, 설탕, 포도주 등이 풍족했던 아르헨티나의 경우 영국 거대 식품회사들이 철도망을 건설하는 데 투자할 정도였다. 부작용은 이내 나타났다. 원시림이 목초지가 되고, 광산이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환경 훼손이 가속화됐고, 지금도 여전히 눈 감고 있다. 자동차와 비행기 등에 밀려 철도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공과가 있겠지만 저자는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사람의 위를 음식으로 채워주었을 뿐만 아니라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시야를 넓혀 사회적 진보를 촉진하는 큰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 철도가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KTX와 같은 고속열차만 부활의 사례는 아니다. 오히려 안데스산맥 등 전 세계 오지를 오가는 저속열차들은, 비록 수지는 맞지 않더라도, 지역 공동체의 젖줄이자 여행객들의 친절한 발이 돼 준다. 철도는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삶 저변으로 여전히 넓혀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철도의 세계사’ 저자는 다음과 같이 강조하며 글을 마친다. “철도는 곧 교통수단의 중심에 다시 설 수 있을 것이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em class='emp_01'>[속보]</em>윤 대통령, 공수처장 후보에 오동운 지명…미성년자 성폭행범 변호 이력 논란 일 듯](http://image.munhwa.com/gen_news/202404/2024042601039910119002_s.jpg?v=20240427040802)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