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메르켈 ‘두 후계자’… EU집행위원장·獨총리 거머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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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크람프카렌바워 지원중
성공땐 獨중심 EU 운영 탄력
메르켈 비해 아직 존재감 미미

2021년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23일 시작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독일이 주도권을 잡는 일과 독일 내 기독민주당(CDU)의 정권 유지다. 이를 완수하기 위해 그는 후임자 두 명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도자 역할을 해 온 메르켈 총리는 만프레드 베버 유럽국민당(EPP) 대표를 유럽연합(EU) 후계자로 지목했다. 지난해 11월 베버 의원은 유럽의회 내 최대 정파인 중도 우파 성향의 EPP 그룹 새 대표로 선출됐다. EPP의 젊은 피로 통하는 베버 의원은 당시 메르켈 총리와 EU 회원국 내 대의원 수가 가장 많은 독일 대의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지난 18일에도 메르켈 총리는 베버 대표의 선거 유세장에 찾아가 지원 사격을 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EPP가 현재처럼 제1당 자리를 유지하고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베버 대표는 EU 집행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지율 1위에 오른 정치그룹이 집행위원장을 차지하는 스피첸칸디다트(수석 후보) 제도를 유럽의회에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버 대표가 유럽의회 제13대 집행위원장이 되면 1967년 이후 42년 만에 독일인이 집행위원장을 맡게 된다. 현 12대 집행위원장인 룩셈부르크 출신 장클로드 융커의 임기는 오는 10월 말 끝난다.

메르켈 총리의 독일 연방의회 후임자는 ‘미니 메르켈’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CDU의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AKK) 대표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3월 그를 당 사무총장으로 발탁하며 사실상 후계자로 지목했다. 크렘프카렌바워는 그해 12월 당 대표에 선출됐다. 메르켈 총리의 임기가 끝나는 2021년 크람프카렌바워 대표가 차기 총리가 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3월 크람프카렌바워 CDU 대표가 ‘유럽 올바로 만들기’라는 제목의 언론 기고문을 통해 내세운 EU 개혁안에 대해 지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베버 대표와 크람프카렌바워 대표가 모두 집권에 성공할 경우 향후 독일 중심의 EU 운영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독일이 EU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중도 진영을 통합하면 CDU의 대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돌풍을 일으킨 극우세력이나 녹색당의 약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무너진다면 메르켈 총리에게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커질 우려가 있다.

문제는 베버와 크람프카렌바워 두 대표가 메르켈 총리만큼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다. 차기 EU 집행위원장으로 꼽히지만 베버 대표의 존재감은 극우 정치인에 비하면 약한 수준이다. 취임한 지 5개월이 된 크람프카렌바워 대표도 아직 특별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