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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24일(金)
‘유럽 극우돌풍’뒤엔 여성유권자… 그 뒤엔 ‘反이민’ 여성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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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정치 지형’

최근 7國 선거결과 분석하니
극우 지지자 약 40%가 여성
女지도자가 어젠다 주도하며
‘이민자에 위협받는 가족’빌미
‘순혈주의 기반 복지’등 강조

“개혁과 거리 먼 죽음의 키스”
기존 정당들은 신랄한 비판


23일 시작된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에서 예상되는 극우 돌풍 현상 뒤에는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드는 어젠다를 주도하는 여성 지도자가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럽으로 난민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여성 유권자들이 남성보다 더 필요성을 느끼는 △안전한 삶 △가족과 자녀에 대한 위협 제거 △순혈주의에 기반한 여성복지 강화 △여성 지도자들에게 느끼는 자아실현의 대리만족 등이 극우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고 있다는 의미다.

여성 유권자들은 극우세력이 남녀 성평등에 부정적인 노선을 견지해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연구자들은 기존 정당에 대한 실망 속에 극우가 제시하는 새로운 매력, ‘공포’를 조장하는 수많은 가짜뉴스에 여성 유권자들이 흔들리며 극우의 새로운 지지기반으로 탄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우정당 지지자 40%는 여성 = 21일 스페인 엘 파이스, 가디언, 도이체벨레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열린 스페인 총선에서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한 극우정당 복스(Vox)의 지지자 중 약 39% 정도가 여성으로 알려졌다. 독일 사회민주당(SPD) 산하 재단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연구소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2013년 총선 당시 전체 여성 유권자의 4%가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했는데 2017년 9%로 올랐다. 폴란드의 집권 여당인 법과자유당(PiS)은 2011년 30.7%의 여성 유권자 지지에 그쳤지만 2015년 39.7%까지 증가했다.

당내에서 차지하는 남녀 성비도 줄어들고 있는데 스웨덴의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은 2010년 5대2였던 남녀 성비가 2014년 5대3으로 여성 비중이 증가했다. 에일코 하르텔펠트 암스테르담대 교수는 “모든 곳은 아니지만 극우정당 내 남녀 성비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명백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어느 때보다도 급진-우파의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유럽의회 선거의 돌풍에도 일조할 전망이다. 23일 유럽 폴리티코에 따르면 극우주의 세력인 유럽민족자유(ENF)와 자유와 직접민주주의(EFDD) 등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전체 751석 중 약 152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6년 선거 때보다 44석 증가한 수치로 중도보수 계열의 유럽국민당(EPP), 진보계열 유럽사회당(S&D)에 이어 전체 3위 의석을 차지하는 셈이다.

◇달라진 극우의 접근, 여성을 유혹하다 = 여성들의 극우 지지 강세는 새로운 극우세력의 정책 방향이 과거와는 조금 달라졌기 때문이다. ‘여성은 가정을 지키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 대신 여성 또한 사회활동을 통한 자아실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 대한 각종 정책으로 여성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폴란드의 PiS는 ‘가족 500+ 이니셔티브’를 도입했는데, 핵심은 두 아이를 가진 가족에게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아이당 월 120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독일의 AfD는 ‘외국인 난민을 환영하는’ 집권 기독민주당(CDU)의 정책에 맞서 ‘어린이들을 환영하는 문화’를 내세운다. 이민자들을 유럽에서 몰아내야 하는 이유로 대놓고 민족적 동질성이나 순수성을 내세우기보다 ‘아이들, 또는 여성이 범죄에 노출되지 않고 살기 좋은 사회’를 건설하자고 주장하기 때문에 더 많은 여성이 극우에 끌린다는 것이다. 또한 독일 여성 상당수가 향후 자국의 연금제도 붕괴를 우려해 우익 포퓰리즘 정당에 투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극우 정당이 여성에게 당의 요직을 맡기면서 여성 유권자의 ‘롤모델’을 제시하는 점도 여성 유권자의 지지 이유로 꼽힌다.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 베아타 시드워 폴란드 부총리(전 총리), 알리스 바이델 AfD 대표 등 여성 당수에 많은 여성이 동질감을 느끼고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실제 조사 결과 남성보다 여성이 외국인과 무슬림 혐오 성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부담 가중, 분리주의, 이민자 문제 등에 기존 정당들이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점도 여성의 불안감을 키워 극우정당 지지를 부추기고 있다. 남녀 차별 정당화, 낙태 금지에도 불구하고 더 강력한 두려움이 이 같은 손실을 감내하게 한다는 것이다. 엘리사 구치 프리드리히 에베르트연구소 교수는 “여성 대다수는 자신을 사회적 약자로 생각하고, 새로 유입되는 약자인 난민 및 이주민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보장해 주고 새 경쟁자인 이민자를 배제하자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포를 강조하는 가짜뉴스가 범람하면서 여성들이 실제보다 더 큰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기존 진영, ‘진정성 없다’ 비판 = 이 같은 극우정당의 전략과 정책에 대해 기존 정당은 “설득력 없는 달콤함”이라면서 이들의 득세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극우의 분리주의 철학이 미국이나 러시아에 놀아나 오히려 유럽인의 삶을 어렵게 한다고 강조했다. 전 벨기에 총리인 기 베르호프스타트 유럽의회 의원은 “극우들의 행동은 개혁이 아니라 죽음의 키스(the kiss of death)”라며 “국수주의자들은 ‘우리는 세계화에 맞서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하는 행동은 훨씬 더 나쁜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르호프스타트 의원은 “(힘을 집중하지 않으면)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중국,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가 우리 삶의 방식과 기준을 결정할 것”이라며 “우리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EU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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