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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27일(月)
美 50개 미술관에 작품 50점씩 기증한 ‘가난한 컬렉터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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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배리의 ‘닫힌 화랑’ 1969 스위스 프리브르에서 열린 회고전 포스터. 단지 전시기간 중 화랑이 문을 닫는다는 문구가 작품이다. ⓒ Primula Bosshard
한평생 검소하게 살면서 수집
“미술품, 부자들 전유물 아니다”


만약 전시회가 열린다는 초청장을 받았는데 정작 그 전시회가 열리는 화랑이 전시 기간 중 화랑 문을 닫는다면. 그리고 이것이 하나의 작품이고 다시 이렇게 황당한 작품을 구입해 소장한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이것이 실화냐”고 물을 것이다.

하지만 실화다. 5000여 점의 현대미술 작품을 모아 대수장가로, 특히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을 얘기할 때면 미술사가들도 이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보겔 부부가 그들이다. 평생을 우체국 직원으로 일했던 허브 보겔(Herb Vogel·1922~2012)과 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도로시 보겔(Dorothy Vogel·1935~)이 그 주인공인데 이들을 미술계에서는 프롤레타리아 수집가(Proletariat Collector)라고 부른다.

가난한 러시아 유대인 출신의 양복점 집 아들로 태어난 보겔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학력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제대해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분류하는 일을 하다 1979년 은퇴했다. 그의 아내 도로시는 유대인 문구상의 딸로 시러큐스대학에서 학사·석사를 마쳤다. 그 후 브루클린 공공도서관에서 사서로 1990년까지 일한, 부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1962년 결혼한 보겔은 화가를 꿈꾸면서 드로잉 수업을 청강하기도 했지만 가난하고 재능이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함께 살 작품’을 모으기로 결심했다. 물론 도로시는 당시 미술보다 연극과 음악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평생을 검소하게 살면서, 어항에 기르는 물고기나 거북이에게 유명 화가의 이름을 붙여 부르며 작품을 모으는 재미로 하나가 됐다.

이들은 가난한 삶에도 불구하고 미술품을 수집하겠다고 결정을 했을 때 작품가격이 한 달 치 월급을 넘지 않을 것, 자신들이 사는 작은 임대아파트에 들어가는 크기일 것이란 두 가지 원칙에 지하철이나 택시로 운반이 가능할 것,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칙을 세웠다.

처음 미술품을 수집한 것은 보겔이었다. 그는 결혼하기 전 주세페 나폴리(Giuseppe Napoli·1929~1967)의 작은 작품을 구입했고 이후 두 사람은 약혼을 기념해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의 도자 작품을, 결혼 후 처음으로 존 체임벌린(John Chamberlain·1927~2011)의 작품을 수집했다.

▲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들은 특히 작가들과의 인연을 중시해 발품과 시간을 들여 작가에게 직접 구매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들의 컬렉션은 1975년 처음으로 뉴욕 클록타워(Clocktower Gallery)에서 일반에게 공개됐는데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들의 소장작품은 당시 컬렉터들이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실체가 없는, 단지 보증서나 감정서 또는 개념만 담긴 인쇄물, 스케치 등등의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그들이 1970년 250달러에 구입한 ‘전시 기간 중 화랑이 문을 닫는다’는 로버트 배리(Robert Barry·1936~)의 작품 ‘닫힌 화랑’(Closed Gallery·1969)은 작품으로서 실체가 없는 개념뿐인 것이었다. 단지 진작이라는 감정서와 전시 홍보를 위해 3회에 걸쳐 발송된 안내장이 전부였다.

하지만 보겔은 이런 작품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우리는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에서 가장 큰 개념예술 작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렇게 모은 작품들 때문에 집 안은 갤러리에서 창고로 변해 갔고 많은 국내외 미술관 큐레이터와 미술사가들이 연구를 위해 방문했다. 그리고 1992년 이들은 ‘보겔의 50×50 프로젝트’(Vogel’s 50×50 project)를 세워 실천에 옮긴다. 이는 자신들의 소장품을 미국의 50개 미술관에 50점씩 기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2008년 메구미 사사키(Megumi Sasaki·1962~)에 의해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 미술품 수집을 ‘부자들의 돈 놀음’으로만 아는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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