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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구철 기자의 여기는 칸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27일(月)
타란티노 탈락 안 봉준호, ‘기생충’ ‘원스…’ 둘만 남자 수상 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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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 피 말렸던 기다림

통상 폐막일 오전 ‘수상권’ 연락
정오 훌쩍 넘어도 전화 없어 초조
12시41분 “떠나지 말라”에 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사상 첫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기까지 8시간여의 피 말리는 시간이 이어졌다. 칸영화제는 경쟁부문 진출작 중 수상권에 든 작품 관계자에게 폐막식 당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 “칸을 벗어나지 말라” “시상식에 참석하라” 등의 사인을 보낸다. 또 참석 통보를 받고 수상권에 들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당부도 전한다.

수상자들은 보통 낮 12시 전에 연락을 받지만 ‘기생충’ 관계자는 제72회 칸영화제 폐막일인 25일(현지시간) 낮 12시 넘어까지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기생충’의 수상을 기대하던 한국 영화 관계자들은 수상이 물 건너간 것으로 생각하고 망연자실했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내내 호평이 이어진 영화에 상을 안 줄 수가 있냐”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오후 12시 41분 드디어 칸영화제로부터 연락이 왔다. 봉 감독은 수상 후 칸영화제 본부 건물인 팔레 드 페스티벌 내 프레스룸에 들러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화를 받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며 “고국에 돌아가서 돌팔매는 맞지 않겠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봉 감독과 함께 온 ‘기생충’ 주연 배우 송강호도 “정오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연락해준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40분 동안 피를 말렸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연락이 늦어진 것은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멕시코 거장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을 비롯해 9명의 심사위원단이 마지막까지 격론을 벌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21편의 경쟁부문 진출작이 공식 상영회를 통해 모두 공개된 후에는 봉 감독과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프랑스 셀린 시아마 감독(‘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가 4명으로 좁혀졌다. 또 프랑스 신예 라지 리 감독(‘레 미제라블’)도 급부상했다. 봉 감독의 수상권 진입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수상자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오후 6시 폐막식 레드카펫이 열리며 경쟁자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장 피에르·뤽 다르덴 형제 감독, 시아마 감독, 리 감독 등이 차례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모습을 보이지 않던 타란티노 감독은 폐막식 시작 직전에야 나타났고, 알모도바르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이냐리투 위원장 등 심사위원이 무대에 등장한 후 8개 본상 시상이 시작됐다. 봉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으려면 마지막까지 이름이 불리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첫 번째 발표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은 엘리아 슐레이만 감독(‘잇 머스트 비 헤븐’)에게 돌아갔으며 두 번째 각본상은 시아마 감독이 받았다. 또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의 ‘리틀 조’ 주연배우 에밀리 비샴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다르덴 형제 감독이 감독상의 주인공이 됐다. 리 감독이 심사위원상을 받고, ‘페인 앤드 글로리’ 주연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후에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봉 감독이 심사위원대상에만 이름이 안 불리면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는 순간이었다. 마티 디옵 감독(‘아틀란틱스’)이 심사위원대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나갔지만 애매한 상황이 됐다. 봉 감독과 타란티노 감독 등 두 명이 남아 있었고, 상은 황금종려상 하나뿐이었다. 황금종려상을 공동 수상한 경우가 있었지만 매우 드문 일이다. 드디어 오후 8시 17분 이냐리투 위원장이 “팔모도르(황금종려상) 고스 투 코리아 봉준호”라고 발표했고, 한국은 지난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처음 진출한 후 19년 만에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수상국이 됐다. 타란티노 감독은 이날 수상 연락을 받지 못했지만 폐막식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봉 감독은 같은 미국 에이전시 소속인 타란티노 감독이 수상권에 들지 못한 것을 알고 있었다. 봉 감독은 심사위원대상이 발표되는 순간 황금종려상 수상의 감격을 미리 누렸다.

칸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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