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막히자… 이번엔 무리한 ‘민간투자 10조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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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경기 활성화대책 마련

“테마파크 등 확정안됐는데
일정·규모 등 추정해 발표”

해외IB “성장전망 암울한데
경제정책 제대로 먹히겠나”
설익은 대책에 비판론 고개

정부가 이달 안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통과가 불확실해지면서 차선책으로 최대 10조 원 규모의 테마파크 등 대규모 민간 투자 유치와 공공 부문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방안을 추진에 나선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계획은 오는 6월 말 이후에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길 내용이었는데 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설익은 정책들까지 내놓으며 마치 마른 수건까지 쥐어짜는 형국이다.

29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플랜A(추경)는 계속 추진하고, 플랜B(투자 보강책)까지 더해 경제 활성화에 총력전 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민간 및 공공 부문 투자 보강 방안’을 서둘러 보고한 배경 설명이다. 기재부가 국회에서 추경 처리가 지연되자 재정이 아닌 민간과 공공 분양의 돈을 끌어다 풀겠다는 우회로를 선택한 것이다.

기업 투자 프로젝트는 민간 기업들이 기존에 추진 중인 대규모 사업의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이해관계를 조정해 속도를 내게 하는 방식이다. 복합 테마파크 투자처로는 신세계가 추진하는 경기 화성시 국제 테마파크, 강원도가 추진 중인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등이 거론된다. 이에 일부에서는 민간 투자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은 민간사업 규모를 무리하게 추정,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3%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이미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공부문 추가 투자와 관련해 지난 2월 공공기관에서 받는 배당금 1조5000억 원 가량을 감액했다. 배당금을 축소할테니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의미다. 홍 부총리는 “산업 혁신의 양 날개인 ‘서비스 산업 혁신 전략’과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세종 관가에서는 기재부가 실적 만들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작 경제부처 전반의 정책조정 역할이나 경제 활력을 불어넣을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한 채 개별 부처 업무 취합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경제에 타격을 주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도입, 국제노동기구 (ILO)협약 비준뿐만 아니라 ‘타다’ 등의 공유경제 논란, 버스요금 인상 문제 등 민감한 이슈에선 발을 빼는 모습을 보여 기재부의 ‘역할 실종’이라는 비아냥까지 제기된다.

경제 부처 고위 관계자는 “부총리나 기재부의 역할은 경제와 관련한 큰 현안에 천착하며 조정능력을 발휘하는 것인데, 지금 그 역할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개별 다른 경제 관련 부처의 세부 정책·사업을 끌어다가 ‘혁신성장’이름을 달고 성과라고 내세우는 게 지금 역할의 전부”라며 꼬집었다.

박민철·박정민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