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랩 Pick’ 금주의 커플 & 스토리>고백 3번 거절당해도 포기 안 한 여자…4번째 만에 손 잡아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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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혜미·박성관 부부

“어쩌다 그댈 사랑하게 된 거죠／어떻게 이렇게 아플 수 있죠∼”

가수 윤하의 ‘기다리다’ 노래 가사 중 일부다. 중학교 체육 선생님 박성관(30·사진 오른쪽) 씨에게 이 노래는 특별하다. 당시 같은 학교 음악 선생님이자 지금의 아내인 서혜미(여·30·왼쪽) 씨가 고백하며 노래방에서 불러준 노래이기 때문이다. 혜미 씨는 ‘기다리다’에 이어 가수 장연주의 ‘여가’를 불러줬다고 한다.

“용기가 없어 말 못한 거라면／지금 이 순간 사랑한다 말해주면 돼／그리곤 나를 꼭 안아줘／이 노래가 끝난 후엔 널 쳐다볼 수 없을 것만 같아∼”

노래가 끝난 직후 성관 씨는 혜미 씨를 안아주는 대신, 손을 꼭 잡아줬다고 한다. 그동안 수차례 혜미 씨 고백을 거절했던 것도 끝나는 순간이었다.

임용고시 합격 이후 두 사람은 같은 중학교로 발령받았다. 처음 발령받은 곳은 경북 울진이다. 경북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곳. 그 덕에 동기들끼리 더 돈독하게 지냈다고 한다.

하루는 동기들과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런데, 성관 씨와 혜미 씨를 뺀 남은 동기들 모두 짠 것처럼 시간이 안 된다고 했다. 결국 단둘이 영화를 보게 됐다. 그날 두 사람은 처음으로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혜미 씨는 자신의 집 앞에서 성관 씨에게 고백했다.

“너(성관) 좋은 사람 같아. 지금 만나는 사람 없으면 나랑 만나자.”

혜미 씨 고백에 성관 씨는 방어적(?)으로 나왔다. 성관 씨는 혜미 씨가 지인이 별로 없는 곳에서 의지할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 자신에게 고백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낯선 곳이니까 네(혜미)가 의지할 사람이 필요해서 나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걸 수 있어.”

사실상 혜미 씨 고백을 찬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날 이후 둘은 서먹해졌다. 학교에서 마주쳐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혜미 씨는 자신의 감정을 지레짐작해 부정하는 성관 씨가 얄미웠다.

첫 고백 후 일주일이 채 안 됐을 무렵. 그 짧은 기간 혜미 씨는 얄미운(?) 성관 씨에게 수차례 더 고백했다. 하지만, 성관 씨의 ‘철벽’은 공고했다. 하루는 혜미 씨가 갑자기 성관 씨에게 노래방에 가고 싶다고 했다. 노래방에서 혜미 씨는 자신의 마음이라며 윤하의 ‘기다리다’와 장연주의 ‘여가’를 연달아 불렀다. 성관 씨는 혜미 씨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마치 카운터펀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더는 철벽을 칠 수 없게 된 셈이다.

노래방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혜미 씨가 성관 씨에게 물었다.

“이제 네(성관) 손 잡아도 돼?”

성관 씨는 혜미 씨 손을 잡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두 사람의 ‘오늘부터 1일’이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성관 씨는 왜 혜미 씨 고백에 철벽을 쳤던 걸까. 성관 씨는 “너무 예뻐서”라고 했다.

“보시다시피 제 모습에 비해 혜미는 엄청 예쁘잖아요. 처음 고백받았을 때 ‘이런 사람이 왜 나를 좋아하지?’란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또 주변에 남자가 많지 않은 오지로 발령을 받아서 혜미가 저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혜미가 저에게 고백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 깨달았죠. 착각은 제가 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두 사람은 지난 4월 부부가 됐다. 처음 발령받은 학교 음악 선생님과 체육 선생님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이다.

“태어나 단 한 번도 먼저 고백해본 적 없는 아내는 제 마음을 얻기 위해 4번이나 고백했어요. 바보같이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할 리 없다’ ‘사랑이 아닐 거야’ 짐작하며 3번이나 아내의 고백을 거절했죠. 돌이켜 생각하면 (아내에게) 미안하고, 또 고마워요. 다시는 아내를 기다리게 하지 않을 거예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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