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CT & Science >높임말 변환까지 ‘술술’… ‘발번역’ 더이상은 없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이미지 번역을 활용해 영어 ‘Exit’를 한국어 ‘출구’로 번역한 장면. 구글 제공

- 세계는 지금 AI ‘자동 통번역’ 전쟁 중

구글, 매일 1000억회 번역 소화
폰 카메라로 찍은 글자 변환도

파파고, 인공신경망 방식 확대
총 14개 언어 대상 서비스 제공

카카오 i, 포르투갈·아랍어 추가
단어 더블클릭땐 관련 예문제시

SKT는 ‘누구’에 지니톡 탑재
T맵으로 외국인 승객에 통번역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기반 자동 통번역 경쟁이 뜨겁다. 구글이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이 아시아권 시장에서 기술력을 키우며 구글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통번역 서비스는 과거의 단순 단어, 문장 번역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사람처럼 문맥을 읽는 ‘인공 신경망 기계 번역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역이 줄고 표현력이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국어에 필수인 높임말 통번역도 AI가 해내고 있다. 국제회의에 통역사 대신 AI 통번역 기기가 도입될 날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커지는 통번역 시장… 구글 “매일 1000억 회 번역” = 최근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는 세계 자동 통번역 시스템 시장 규모가 2013년 2억5000만 달러(약 2979억 원)에서 연평균 19.1%씩 성장해 지난해 6억1000만 달러(약 7269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통번역 세계 시장은 103개 언어를 지원하는 구글이 선도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16년 9월 ‘구글 신경망 기계 번역’(GNMT) 기술을 공개하고, 2017년 12월에는 한국어를 포함한 97개 언어에 적용했다. GNMT는 기존 ‘구문 기반 기계 번역’(PBMT)이 문장을 단어 등으로 쪼개 하나하나 번역한 것과 달리, 전체 문장을 하나의 번역 단위로 간주해 번역한다. 이에 따라 문맥을 읽어 가장 적합한 번역을 파악해 재배열하고 문법 규칙에 따라 자연스러운 문장에 가까운 번역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 번역은 GNMT 기술을 토대로 기계 번역의 가독성을 높이면서 번역 정확도를 55%에서 85%로 향상시켰다. 구글 관계자는 “GNMT 기술은 한국어를 포함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8개 언어 조합을 시작으로 적용 언어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며 “GNMT 시스템은 학습 내용을 축적해 시간이 갈수록 더 나은, 더 자연스러운 번역을 제공하도록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번역기 앱은 5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일 1000억 회의 번역을 소화하고 있다.

◇‘토종 AI 통번역의 자존심’ 파파고와 카카오 i 번역 = 현재 아시아권 기업 중 AI 통번역을 연구·서비스하는 곳은 크게 중국의 바이두, 일본의 라쿠텐,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정도다. 네이버는 국내 처음으로 AI 통번역 서비스인 ‘파파고’를 2016년에 선보여 이듬해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는 파파고 출시 이후 인공 신경망 번역 방식을 지원하는 언어를 꾸준히 확대해 현재 총 14개 언어에 대해 AI 통번역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언어 서비스를 확대한 이후 파파고 월간 이용자 수(MAU·3월 기준)는 1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1000만 명을 기록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내외부 테스트 결과 파파고에서 중점적으로 활용되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주요 4개 언어 간 번역 품질은 타사 대비 평균 27%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사용자의 번역 요청이 많은 베트남어에 대해서도 번역 품질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지난 1월 높임말 번역 기능도 선보였다. 그동안 영어로 ‘Enjoy your meal’을 입력하면 한국어로 ‘맛있게 먹어’로 번역했다면 최신 버전은 ‘맛있게 드세요’로 번역한다.

카카오는 지난 2017년에 공개한 자사 AI 번역 서비스 ‘카카오 i 번역’(베타 버전)의 언어 종류를 기존 6개에서 포르투갈어, 아랍어, 러시아어, 태국어 등을 포함해 총 19개로 늘렸다. 카카오도 한국어 번역 문체에 높임말을 포함하면서 편의 기능을 추가했다.

번역 검색 결과 노출 시 단어 단위로 하이라이팅하는 기능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I like an apple’이란 영어 문장을 ‘나는 사과를 좋아한다’라고 한국어로 번역하면 ‘apple’과 ‘사과’에 하이라이팅이 적용돼 단어 매칭을 한다. 다음 어학 사전과의 연동을 통해 학습 기능도 강화했다. 번역 결과에서 특정 단어를 더블 클릭하거나 드래그하면 단어의 정의와 관련 예문을 함께 보여준다.

◇ 일상생활에 들어온 AI 통번역 서비스 = SK텔레콤은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에 한글과컴퓨터의 자동 통번역 솔루션 ‘말랑말랑 지니톡’을 탑재했다. SK텔레콤 ‘누구’ 이용 고객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언어로 된 단어나 문장에 대해 자동 통번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택시기사는 ‘누구’가 탑재된 ‘T맵’을 활용해 외국인에게 통번역 서비스로 경로 및 요금을 안내할 수 있다.

AI 통번역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이미지 번역’에도 적용돼 호응을 얻고 있다. 이미지 번역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외국어를 비추면 모국어로 실시간 변환되는 기능이다.삼성전자와 네이버, 구글이 이미지 번역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무선 이어폰을 활용한 AI 통번역 시장은 앞으로 개척해 나가야 할 분야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 세계 무선 이어폰 시장 규모는 올해 739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5190만 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42% 증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선 이어폰 AI 통번역 기술은 아직 상용화하기에 부족함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정보기술(IT) 업체 관계자는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고 전화통화를 하다 송신자와 수신자가 동시에 말할 경우 AI 통번역 시스템이 음성을 따로 인식하지 못해 오류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IT 업체 관계자는 “알파벳 위주로 구성된 서구권 언어와 달리 아시아권 언어는 한자와 한글 등 다양한 문자로 구성돼 있어 AI 통번역 연구에 어려움이 있다”며 “동시통역 이어폰이 상용화하기까지 앞으로 2~3년은 더 걸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