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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11일(火)
‘짜고 치는’ 보험사기 피해액 年 6조… 적발은 10건중 1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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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업계 내우외환 - <上> 내부자 개입 사기

최근 20년간 사기액 30배로
손해보험사가 전체의 90%
작년 적발 설계사도 1250명

정비업체·병원 등과 모의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
보험사기 재가담 부추겨
‘내부자’는 처벌수위 강화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실손 의료 보험료 인하 압박, 실적 악화 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보험업계가 최근 새로운 유형의 난관에 직면했다. 보험업을 누구보다 잘 아는, 소위 ‘내부자’에 의해 발생하는 보험사기와 갈등으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보험사기에서도 내부자가 개입돼 지능화·고도화·조직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보험 판매채널인 보험대리점(GA)이 대형화하면서 파생하는 문제도 더는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중대 사안이 됐다. 문화일보는 방치할 경우 보험업에 대한 신뢰를 뿌리부터 흔들게 되는 보험사기 등 당면한 보험업계의 현안과 피해 실태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2회에 걸쳐 싣는다.

A 한방병원은 환자들에게 보양(保養) 목적의 한약인 ‘경옥고’ 등을 처방한 뒤 진료기록부엔 질병 치료 사항으로 허위 기재했다. 보양 비용은 보험처리가 불가능하지만, 치료 비용은 전액 보험처리가 가능한 점을 노린 것이다. 환자의 실제 입원 기간과 납부 금액보다 부풀린 입·퇴원 확인서와 영수증도 발급했다. 이 병원은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 등으로 32억 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가 보험사기로 적발됐다. 조사 결과 환자들의 상당수는 보험설계사 혹은 설계사 가족 또는 지인이었다.

보험사기가 갈수록 조직화·대형화하고 있다. 덩달아 보험사기 적발금액도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부 병원과 전·현직 보험설계사, 자동차 정비업체 등 업계 종사자들이 사전에 미리 짜고 보험금을 가로채는 수법이 고도화하고 있다. 적발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추세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7983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금감원이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7년 253억 원에서 2007년 2045억 원, 2017년 7302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별로는 손해보험사가 전체 보험사기액의 90.7%(7238억 원)를 차지했다. 지난해 장기손해보험 상품 대상 보험사기액은 전체의 44.6%인 3561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금액(3321억 원)을 추월했다.

통상 보험사기는 산업규모가 커질수록 늘어난다. 문제는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여전히 전체 보험사기 규모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보험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민간 보험사기 피해 추정액은 6조2000억 원(2017년 기준)에 달한다. 정황상 보험사기일 가능성이 크지만 명확한 증거를 잡지 못한 사례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다. 2017년 기준 보험사기 금액이 7302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적발되는 보험사기는 10건 중 1건꼴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거액의 보험금을 가로채는 보험사기가 늘어나면 다수 계약자의 보험료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 항목의 보험금 허위 청구는 정부의 재정 누수(漏水)로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보험설계사 등 보험구조에 익숙한 이들이 사기에 가담하는 경우가 늘면서 적발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보험사기에 가담했다가 적발된 보험설계사는 2016년 1019명에서 지난해에는 1250명으로 늘었다. 자동차 정비업소 종사자도 같은 기간 907명에서 1116명으로 증가했다. 보험사기는 경찰의 전문적인 수사가 요구되는데 소액사기는 강력사건보다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보험사기 처벌수위가 ‘솜방망이’에 그치는 점도 보험사기가 좀처럼 줄지 않는 요인 중 하나다. 2016년 발효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르면 보험사기 양형 기준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보험설계사 등 업계 종사자일 경우 금융당국은 수사 기관의 형사 처벌과는 별도로 보험업법을 통해 등록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내려 제재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처분이 주로 영업정지(60~180일)에 그치다 보니 보험사기에 적발된 이후에도 또다시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재 국회에는 보험사기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7건이나 발의된 상태다. 대다수가 보험업계 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가 저지른 보험사기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등 모집종사자가 가담한 보험사기는 적발하기 매우 어렵다”며 “보험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보험 관련 종사자의 보험사기 가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mail 황혜진 기자 / 경제산업부  황혜진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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