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이 극장빌려 ‘5·18다큐’ 상영 논란

학생·학부모 등 500여명 초청
지만원씨 발언에 논란된 소재
서울교육청 “올바른 역사교육”
보수단체 “교육의 중립성 훼손”

서울시교육청이 학생·학부모·직원을 대상으로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 상영회 개최에 들어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수 성향 교육 관련 단체들은 학생들이 5·18민주화운동 다큐멘터리를 보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교육당국이 마련한 것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상을 신청자로 한정했지만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교육청은 19일과 20일 저녁 2회에 걸쳐 서대문구의 한 극장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육청 직원 등 총 500여 명을 초청해 ‘김군’ 상영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영화 ‘김군’은 군사평론가 지만원 씨가 ‘제1호 북한군 특수부대원’(제1광수)으로 지목한 5·18 시민군의 실제 인물을 찾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첫날 상영회에서는 ‘김군’을 만든 강상우 감독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영화를 두고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도 진행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는 민주시민 교육의 기반이고 그 어느 나라도 갖지 못한 자랑스러운 시민의 역사라는 점을 학교 교육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한다”며 “(이번 영화 상영회는) 역사 교과서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교육의 연장선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에는 650여만 원의 예산이 들었다.

시교육청의 주도로 진행되는 현대사 관련 영화 상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김군’ 상영은 지난 2월 세워진 학교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지원 기본 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시교육청은 관내학교에 상영회 일정을 알리고 학교당 10명으로 한정해 신청을 받았다. 영화관 관계자는 이날 오전 “행사가 시작되기 한참 전이라 아직은 사람이 없다”며 “구체적인 참석 인원은 확인을 해 봐야 한다”고 답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신청자는 다 찼는데, (참석은) 자율적이다 보니 좌석이 다 찰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상임대표는 “바람직하지 못하고 비교육적인 처사”라며 “학생들이 개인의 선호에 의해 영화를 보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만, 교육청에서 학생들에게 영화를 단체관람하게 하는 것은 의도된 교육”이라고 비판했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는 “누군가 만든 역사를 그대로 주입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기 때문에 진보 성향의 교육감을 염려했다”며 “정치와 상관없이 아이들을 기른 뒤, 성인이 되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맥락을 탄력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영화라는 매개체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수민·조재연·최지영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