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의 표리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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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KCERN 이사장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대통령이 제조업 르네상스를 선언했다. 환영해야 한다. 제조업은 그 자체로도 질 좋은 일자리인 동시에 2.9배의 연관 서비스 산업을 추가 유발하고 있다. 누구도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총론적 목표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유효한 수행 수단이라는 각론이다. 그리고 총론과 각론을 일치시키는 것이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대통령이 각론을 챙기지 않고 총론의 구호에만 머무르면, 관료 조직은 국가 발전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 결국, 겉과 속이 다른 양두구육(羊頭狗肉)의 언어 유희로 마무리되면서 국민의 정치 불신을 가속화할 것이다.

2018년 한국 제조업의 해외 투자는 168억 달러로 외국인의 국내 투자 89억 달러의 거의 2배에 육박한다. 지난 1분기에는 지난해 대비 무려 40%가 증가한 57억 달러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제조업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 기업 중개소에는 팔아 달라는 제조업 매물이 지난해보다 3배 급증했다. 그 이면에는 규제와 노동·교육·구조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제조업 르네상스 이전에 제조업 엑소더스부터 막는 게 순서다.

제조업 엑소더스는 생산성 향상이 따르지 않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주 52시간제 규제가 엎친 데 덮치면서 가속화하고 있다. 대기업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급여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일삼는 강성 노조를 피해 신규 공장들을 해외에 건설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동반 진출을 못한 국내 하청 중소기업들은 무너졌다. 우선, 외국인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정책으로 제조업 엑소더스부터 막고, 기업가를 존중해야 한다.

제조업 르네상스는 단순 제조업에서 스마트 제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스마트 제조업은 스마트 공장과 스마트 제품과 스마트 인력이란 각론이 요구된다.

우선, 스마트 공장을 살펴보자.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스마트 공장 프로젝트는 70% 정도의 공장이 스마트 공장 도입 이전의 엑셀 사용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개별적 스마트 공장의 보조금 투입이 정말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스마트 공장은 반드시 인공지능(AI)을 활용해야 지속 가능하다. AI는 클라우드가 전제 조건이다. 따라서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 공장이 필요조건이고, 현장의 AI 활용 인력 양성이 충분조건이다.

그런데 스마트 공장보다 스마트 제품이 더 중요하다. 스마트 제품은 기존 제품에 데이터를 매개로 서비스가 융합하는 형태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상태를 원거리에서 파악하고 고장을 예측·수리하거나, 스마트 시계로 개인의 운동량을 파악해 피트니스를 도와주는 형태 등이다. 즉,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이 제조업의 미래다. 하지만 스마트 제품의 70%는 한국에서 불법이다. 개인정보와 클라우드 규제 등 각종 데이터 쇄국주의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어렵게 데이터 규제를 피해 사업화에 성공해도 진입 규제가 숨통을 죈다. 연간 10조 원 이상의 국부 창출이 보장되는 원격의료 규제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규제개혁의 의지다. 대통령이 스스로 선언한 데이터 고속도로 관련 개인정보와 클라우드 규제법이 10개월이 넘도록 국회 상임위에 상정도 안 되고 있다. 사후 책임을 묻는 규제 샌드박스는 단순한 패스트트랙 제도일 뿐이다. 실질적 규제개혁 없이 구호만 난무한다. 그 결과는 제조업 르네상스가 아니라 제조업 엑소더스가 될 수밖에 없다. 제조업 르네상스는 총론이 아니라 각론에서 꽃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