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여백 채우는 그림이 속삭인다…“예술이 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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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와 맥스 / 데이비드 위즈너 글·그림 / 시공주니어

데이비드 위즈너는 무려 세 번의 칼데콧상과 같은 횟수의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한 미국의 그림책 작가다. 33세였던 1989년에 ‘자유 낙하’로 칼데콧 아너상을, 1992년에 ‘이상한 화요일’로 첫 번째 칼데콧상을 수상한 그는 2000년에 ‘구름공항’으로 다시 칼데콧 아너상, 2002년에 ‘아기 돼지 세 마리’로 두 번째 칼데콧상, 2007년에 ‘시간 상자’로 세 번째 칼데콧상, 2014년에는 ‘이봐요 까망씨’로 또 한 번의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한다. 어려서부터 세밀화의 기법과 초현실주의 작품들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머릿속의 상상이 우리 눈앞에서 구체적인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는 그림을 보여준다.

그의 그림책은 대부분 글이 없거나 아주 적다. 독자는 그림 속의 단서를 조합해 작가가 전하는 바를 스스로 상상해야 한다. 그는 예술학교 재학 시절 린다 워드의 1930년대 작품을 보면서 글 없는 그림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림책에서 글 없이 이야기하려는 시도는 당시만 해도 무척 과감한 것이었다. 그러나 독자는 이에 열광하며 상상 속의 서사를 작가의 그림에 대입하며 이야기 만들기를 즐겼다. 위즈너의 시각적 스토리텔링은 ‘글자 없는 그림책의 기원’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트와 맥스’는 2010년 작품이다. 대화체의 짧은 글이 담겨 있지만 이야기의 여백을 채워가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예술가를 꿈꾸는 도마뱀 맥스는 이미 예술가로 활동하는 도마뱀 아서를 만나 자신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맥스는 아서의 이름을 ‘아트’라고 잘못 부르는데 그만큼 예술 창작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아서의 가르침과 달리 맥스는 엉뚱한 곳에 그림을 그리면서 새로운 표현 방식을 발견한다. 이러한 맥스의 실험이 그동안 선 안에 갇힌 채 형식적 그림만 그렸던 아서의 생각도 바꾸어 놓는다. 아서와 맥스는 둘이 함께 마치 가우디의 파격을 연상시키는 그들만의 아트를 완성해나간다.

위즈너를 본다는 것은 활자에서 이미지 시대로 움직이고 있는 2019년의 풍경 너머를 멀리 상상하는 독특한 경험이다. 마침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오는 27일부터 9월 22일까지 데이비드 위즈너전을 연다. 원화 75점이 들어오는 큰 규모의 전시로 학창시절 작품부터 최근작인 그래픽노블 ‘인어소녀’ 원화까지 볼 수 있다. 52쪽, 1만3500원.

김지은 서울예대문예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