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구 기자의 컬처 톡>자꾸만 눈이 가는 ‘집방’

MBC 일요일 밤 예능 ‘구해줘 홈즈’를 보신 적 있나요? 의뢰인이 이사 가고 싶은 동네와 가격 등 사연을 보내면 박나래·김숙 등 출연자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의뢰인에게 적합한 집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단순한 포맷인데 인기가 꽤 높습니다. 파일럿에서 정규로 편성된 지 약 석 달. 4% 정도에 머물던 시청률은 어느새 7%를 넘었습니다. 월요일 출근 스트레스로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시간대(일요일 오후 10시 35분)의 방송치곤 매우 좋은 성적입니다.

그냥 동네 부동산중개사처럼 집 찾아서 보여주는 건데 왜 좋아할까요? ‘먹방’ ‘쿡방’ 말고 ‘집방’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뭘까요?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MBC ‘일밤-러브하우스’ 코너가 생각납니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찾아가 방송국 돈(정확히는 협찬사 돈)으로 집을 고쳐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의뢰인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건축가 등 전문가들이 집을 완전히 리모델링한 후 깜짝 공개하는 과정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공사 중에 안 보여주다가 나중에 ‘짜잔’하고 보여줄 때의 쾌감, 집 대문을 열어젖히는 순간에 어김없이 흘러나왔던 시그널 뮤직 ‘따라라라란∼’을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집은 대한민국에서 단순 주거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개인의 꿈을 이루고 가족을 완성하는 공간이죠. 요즘처럼 1인 가구가 많은 시대에는 ‘혼밥’ ‘혼술’ ‘혼영(혼자 영화 보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보금자리입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이런 공간을 ‘케렌시아(Querencia)’라고 했습니다. 투우장의 성난 황소가 잠시 쉴 수 있는 곳, 남에게 간섭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공간 말입니다. 그런 공간을 보는 데 무슨 장식이 필요할까요? 그냥 그 자체로 호기심이 가는 거죠.

‘구해줘 홈즈’ 말고도 재미있는 ‘집방’이 많습니다. EBS ‘건축탐구-집’은 예능의 웃음기를 뺐지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주고요. TV조선 ‘부동산로드-이사야사’는 유명 스타의 인생유전을 집을 통해 투영합니다. 또 MBC 장수 예능 ‘나 혼자 산다’, SBS 인기 예능 ‘동상이몽’과 ‘미운 우리 새끼’도 집이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죠. 스타들의 삶을 엿보는 관찰 예능이지만 그들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공간이 결국엔 집이라는 겁니다. 시청자들은 모르고 있었던 사적인 공간에서 그들이 날마다 어떻게 지지고 볶고 사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무한도전’ 빠지고 주말 예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는 MBC로선 ‘구해줘 홈즈’만 한 프로그램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참에 프라임타임대로 시간을 옮기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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