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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03일(水)
알싸한 홍어찜·18찬 아침밥상…입 속의 ‘맛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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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 보리마당 노부부 가게의 홍어찜(왼쪽)은 지나치게 삭히지 않고, 양념도 적절해 홍어 고유의 맛이 난다.

항구도시 목포 향토음식 탐방

오거리식당 생선백반정식
참나물·게장 등 15종 반찬에
계절마다 3가지 생선 구워내
홍어애·어란 맛보는‘행운’도

간판없는 가게 홍어찜
적당히 삭혀 고유한 맛 살려
생새우 국물로 담근 남도김치
곰삭은맛 없이 새콤하고 시원

영산로 꽃게살 비빔밥
꽃게 속살만 따로 발라 양념뒤
밥에 콩나물 얹고 김 싸먹으면
절묘한 매운맛·단맛 입안 가득


최근 음식 관광이 대중의 큰 관심을 받게 되면서 각 지역의 도시마다 향토 음식을 전면에 내세워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특히 근대역사문화 유산이 풍부한 개항도시 전남 목포시가 올해 초 선도적으로 ‘맛의 도시’를 선포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 성과로 최근 ‘한국관광 혁신대상’ 콘텐츠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목포시가 근대 역사문화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전통 음식으로 확장한 것이다. 영화와 노래로 굳어진 ‘목포는 항구다’라는 기존 이미지를 떨치고 맛의 도시로 전환한 목포로 여행을 떠났다.

목포역에 도착했다.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역 인근에 맛집이 많다. 그래서인지 역사를 나오자마자 마음이 들떴다. 곧바로 오거리로 향했다. 오거리문화센터에서 화가 박성우를 만났다. 그는 남도 산수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고 있는 목포 화가다. 최근 달마고도의 각 12개 마을과 암자를 그리고 있다. 오늘만큼은 화가가 아니라 까다로운 편식주의자의 미식 여행 가이드로 나섰다. 그는 목포를 대표하는 생선 백반 정식 집 ‘오거리식당’으로 안내했다.

강성복 오거리식당 대표는 “요즘 바지락이 참 좋다”는 말로 인사를 건네며 직접 사각형 찬 접시 15개가 놓인 큰 쟁반을 들고 왔다. 찬의 색깔 대비와 간격을 맞춰 가며 접시를 정성스럽게 놓고 나갔다. 배고픔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지만, 정갈하게 놓인 찬들을 보니 식욕이 자극됐다. 강 대표가 다시 큰 쟁반을 들고 왔다. 황석어와 호박잎, 양념장, 그리고 돼지고기 등을 담은 접시를 밥상에 놓았다. 찬 접시를 더 이상 놓을 자리가 없었다. 필자와 동행한 지인이 “이제 음식 다 나온 거냐. 왜 이리 많냐”고 묻자 강 대표는 웃으면서 “아직 주인공이 안 나왔다”고 답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타난 큰 접시에 모둠 생선구이가 등장했다. 생선 백반 정식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강 대표는 찬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생선구이를 맛있게 먹는 방법도 자세히 알려줬다. “호박잎에 요놈(작은 게장의 게) 하나, 돼지고기 한 점 얹은 다음 밥을 조금만 올려서 양념장(고추와 부추에 짙은 젓갈을 올려낸)을 얹어 먹어봐요. 겁나게 맛있다니까요.” 설명한 대로 먹어보니 바다와 육지의 맛이 하나로 어우러져 감겨왔다. 씹으면 씹을수록 입안에서 맛 잔치가 벌어졌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냐”고 하니 강 대표는 “목포니까 그렇다”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밥상에 놓인 15개의 반찬은 양파김치, 꽈리고추 조림, 애호박나물, 어묵 조림, 바지락 무침, 참나물, 방풍나물, 오징어채, 바지락 젓갈, 열무김치, 고추 장아찌, 배추김치, 작은 게장(심지어 살아 움직인다), 큰 게장 등이다. 그리고 생선구이로 달돔(달고기), 싱대(성대), 꼬지(애꼬치)가 나왔다. 강 대표는 17가지의 계절 생선 중 3가지를 번갈아 구워낸다고 한다. 필자가 맛도 좋고 신선도도 좋은 이유가 뭐냐고 묻자, 강 대표가 대답했다. “제가 매일 새벽 5시 시장에 나가 직접 재료를 사와요.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고 고릅니다.”

▲  오거리식당 대표 메뉴인 생선백반정식은 생선모둠구이와 황석어, 호박잎, 돼지고기 등 15개 찬으로 구성돼 있다.

이어 오거리식당의 단골손님이 많은 이유를 물었다. “우리 집 밥값이 싸니까 그런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장사를 하다 보니 손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어요. 아내는 대전 사람이고, 나는 목포 사람이다 보니 목포 음식 맛에 충청도 음식 맛이 어우러져 얻어낸 거라고 봐요.” 강 대표는 요즘 방문하는 음식 전문가가 많다고 했다. “목포의 음식이 관심받게 돼 감사할 따름이지요.”

강 대표의 선심에 홍어 애(간)와 어란을 맛볼 수 있었다. 막걸리와 함께 목포 홍탁의 진수를 만나는 행운을 가졌다. 다음 날 다시 와 갈치 조림을 먹기로 한 약속은 일정 때문에 지키지 못했지만 강 대표를 통해 맛본 목포 대표의 맛, 생선 백반 정식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박 화가와 구도심을 거쳐 영산로까지 걸었다. 그는 영산로에 위치한, 목포에서 꼭 먹어봐야 할 꽃게살 비빔밥 전문식당 ‘장터’를 소개했다. 매콤하게 양념한 꽃게 무침의 속살만 발라 흰밥과 섞어 비빔밥으로 즐기는 음식이다. 콩나물 무침을 얹어 김에 싸서 먹으면 처음엔 콩나물의 아삭함이, 그 다음엔 게살의 비릿함을 잡아내는 김의 고소함이, 마지막엔 꽃게살의 맵고 단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맛의 절묘함을 느끼게 된다. 밥에 비벼낸 매콤한 꽃게 속살의 풍성함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양념 꽃게 무침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음식이었다.

식후 도보 여행 하기 좋은 길 영산로로 다시 나섰다. 길 따라 적산가옥이 많았다. 근대개항장 목포라는 걸 다시 실감했다. 적산가옥 거리를 걸어 언덕으로 오르니 이훈동 정원이 나왔다. 일본 정원 양식에 한국식을 혼합한 정원으로 조선 시대 석탑과 수목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근대 공간이다. 이곳에서 드라마 ‘모래시계’ ‘야인시대’ 등을 촬영했다. 언덕 끝에는 영화 ‘1987’의 촬영지로 알려진 보리마당이 있다. 주차장 옆으로 가파른 언덕을 오르니 박 화가의 그림 배경인 온금동의 전경이 펼쳐졌다.

보리마당 언덕에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간판이 없는 가게가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과자 등 가게의 특징적 물건은 별로 없었고 가게 앞에는 평상이 있었다. 박 화가가 “가끔 산행과 사생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돌아오는 길에 들러 막걸리 혹은 소주 한 잔씩 즐기는 단골 가게”라고 소개했다. 이 가게에서 목포의 대표 음식인 홍어찜을 맛볼 수 있다고 했다. 주문해서 나온 홍어찜을 젓가락으로 가르니 홍어의 싱싱함과 탱탱한 육질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맛을 보니 양념도 적절했고, 지나치게 삭히지 않아 홍어의 고유한 맛을 냈다. 그래서 좋았다.

진도 인근 섬이 고향인 주인 부부는 목포로 나와 보리마당 달동네에 가게를 연 지 55년이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달동네 주민들이 저녁에 가게에 와서 소주를 마실 때 간단한 안주를 만들어 주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홍어찜, 민어찜, 닭백숙까지 요리해 팔고 있다. 이 가게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젓갈을 넣지 않고 생새우 국물로 담근 남도식 김치다. 시원하고 새콤하게 익어 입안에 도는 산기가 적당했다. 젓갈 넣은 오래 숙성된 김치의 비릿함과 곰삭은 맛은 전혀 없다.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맛있는 김치다. 양념장을 올려 제공되는 모두부 역시 술안주로 그만이다. 할아버지는 “닭 먹는 사람들이 가장 입이 무난하고 민어나 홍어 먹는 사람들은 입이 까다롭다”고 말한다. 쉬고 싶어도 예약도 없이 가끔 들르는 사람이 많아 문을 닫을 수 없다고 한다. 평상에 앉아서도 멀리 페리 선착장이 내려다보여 전망도 좋았다. 이런 멋진 곳이 있다니. 맛 여행의 묘미는 이렇게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감동과 만족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  모아음식점 아침상에 나온 바지락탕(위)은 칼칼하고 시원하며 장터 양념 꽃게살(아래)을 흰밥에 비벼 먹으면 맵고 단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아침 일찍 일어나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햇살 가득하고 평온한 동네를 둘러보니 행복했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의 “시간 부자가 진짜 부자다”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일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여행을 통해 잃어버린 여유를 찾는 것이야말로 행복을 찾는 지름길이자 평범한 진리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아침이었다.

목포 맛 여행의 피로를 풀어준 것은 아침 식사였다. 오전 7시부터 문 여는 ‘모아음식점’을 찾았다. 아침상에 나온 18개의 찬은 깔끔하고 윤기가 흘렀다. 바지락탕은 칼칼하게 시원했고, 김치찌개는 은근히 매콤하면서 맛이 깊었다. 찌개에 들어간 돼지고기도 쫄깃한 식감이 살도록 적당히 얇게 썰어내 한입에 먹기 좋았다. 완도가 고향인 문효산 대표는 “26년간 음식을 팔면서 욕은 안 먹고 살고 있다”고 말하며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다.

아침 식사 후 다음 행선지 장흥의 지인에게 줄 선물을 사려고 크림치즈 바게트와 새우 바게트로 유명한 오거리 ‘코롬방제과’를 찾았다. 하지만 빵이 나오는 시간과 일정이 맞지 않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오거리 골목을 나와 단팥죽이 유명한 곳으로 가다 새로 문을 연 ‘진희네빵집’이 눈에 들어왔다. 유명 빵집 근처에 빵집을 연 사장의 배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들어갔다. 쌀가루를 넣어 만든 하얀 빵 ‘엔젤’과 고구마 빵이 대표 빵이다. 빵을 먹어 보니 부드럽고 달지 않아 좋았다. 배짱이 두둑한 이 빵집이 선전하기를 기원했다.

맛의 도시 목포에서는 아침 식사로 18개의 찬을 맛볼 수 있으며, 식당 안에서 한국화 등 예술작품도 감상할 수 있었다. 어디를 가든 바다와 산을 비롯해 아름다운 자연이 내놓는 신선한 식재료들이 어우러져 목포의 맛을 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맛의 도시 목포가 계속 맛의 전통을 지켜나가 새로운 음식 관광 문화를 선도하기를 기원한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남은 생선구이 쌀죽으로
홍어·민어찜 1인분 1만원


▲  강성복 오거리식당 대표가 직접 만든 어란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거리식당(해안로249번길 42, 061-242-3333) 생선구이 백반 정식 1인분 1만 원. 2인 이상 주문 가능하다. 남은 생선구이는 포장해 주며 생선을 잘게 찢어 쌀죽을 쑤거나, 쌀뜨물에 끓인 젓국으로 먹을 수 있다.

모아음식점(수강로12번길 23-1, 061-244-0066)에선 오전 7시부터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 일반 백반정식 1인분 9000원, 김치찌개 백반정식 1인분 1만 원.

장터(영산로40번길 23, 061-244-8880) 양념 꽃게살 비빔밥 2인 2만4000원, 꽃게탕 작은 크기 3만 원. 첫째 주 일요일, 나머지 주 월요일 정기휴일.

보리마당 노부부 가게(보리마당로 27, 061-244-5919)는 간판이 없다. 홍어찜, 민어찜 각각 1인분 1만 원. 인근 식당을 배려해 식사는 할 수 없다.

진희네빵집(영산로 59, 061-243-0868)은 고구마 빵과 함께 찹쌀가루로 맛을 낸 하얀 ‘엔젤’(6000원) 케이크가 대표 빵이다.

쑥꿀레(영산로59번길 43-1, 061-244-7912) 는 꿀에 재워 나오는 쑥떡과 단팥죽이 유명하다.

달꾸메 게스트하우스(061-244-9904) 객실 2인 기준 7만 원.
목포가족관광호텔(061-247-8877) 객실 2인 기준 6만∼7만 원.
백제호텔(061-242-4411) 객실 2인 기준 4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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