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상응조치’ 칼 빼 든 정부 ‘對日 반도체 수출제한’ 무기 꺼낼까

전략물자 등록땐 국제사회 눈총
美·대만 경쟁사 배만 불릴수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부터 시행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반도체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자업계는 5일 홍 부총리의 ‘상응 조치’ 발언이 곧 국산 반도체 제품의 일본 수출 제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계 D램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70%, 낸드플래시는 50%가 넘는다”며 “일본에 타격을 주는, 상응하는 조치라면 우리가 압도적 비교우위에 있는 반도체 수출 제한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만약 반도체의 일본 수출을 제한하면 우리나라 기업으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는 파나소닉과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 이들 기업과 거래하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전 세계 업계에도 영향을 끼쳐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위치가 난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 제한 카드를 곧바로 쓰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국내법을 개정해 반도체를 ‘전략물자’로 등록해야 수출을 통제할 수 있지만, 기업의 자유로운 거래를 국가가 제한한다는 이유로 정치적 압박을 받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비난까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설령 반도체를 무기로 활용한다 해도, 결국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 TSMC 등 경쟁사들만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감정적인 ‘맞보복’성 대응보다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궁극적으로 미국과 중국, EU 등이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논리로 접근해야 실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민간경제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감정적으로 이번 사태를 풀면 한국, 일본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해완·박민철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