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25 남침’ 말하기 주저한 鄭장관, 국방 맡을 자격 없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안보관·대북관이 더는 용인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정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6·25전쟁은 김일성과 노동당이 벌인 전쟁범죄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고 묻자 4초 동안 침묵했다. “6·25가 전쟁범죄인가, 아닌가” 하는 거듭된 질문에도 3초 동안 더 머뭇거린 뒤 “어떤 의미로 말씀하는 거냐”고 엉뚱하게 되묻기까지 했다. 백 의원이 “북한이 남침을 기획하고 침략한 전쟁이라는 데 동의하느냐” 하고 엄연한 역사적 사실마저 부인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대답을 이끈 뒤에야, 정 장관은 “북한이 남침 이렇게 침략한 전쟁으로”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국군조직법은 국방장관의 역할을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합동참모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을 지휘·감독’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6·25 남침’조차 말하기를 주저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역할을 하루라도 더 맡겨선 안 된다. 국방장관에 부적격인 차원을 넘어 안보 위해(危害) 요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 장관 스스로 드러낸 예는 이 밖에도 수두룩하다. 지난 1월에는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 필요성에 대해 “일부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무력 공격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면서, 당시 전사한 천안함 46용사도 욕보인 셈이다.

지난 3월에는 ‘서해 수호의 날’을 “서해상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남북 간 충돌을 다 합쳐서 추모하는 날”이라며, 연평해전마저 남북 공동 책임으로 둔갑시켰다. 이어서 6월엔 ‘북한의 5월 단거리미사일 도발’도 “대화로 풀어가려는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숨겨진 의도” 운운으로 정당화하는 식이었다. 최근 ‘북한 어선 노크 귀순’을 축소·은폐한 의혹 사건의 처리를 두고도, 부하들에게만 책임을 지워 ‘셀프 면죄부’ 비판을 자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보 의지를 다잡기 위해서도 정 장관을 속히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