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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Fifty+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19일(金)
‘인천 낙지살인 사건’ 모티브…“법원과 시민의 괴리감 터놓고 얘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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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추리물 ‘합리적 의심’

2010년 4월 19일 오전 4시. 인천의 한 모텔에서 20대 여성이 낙지를 먹다가 사망했다. 처음에 단순 사고사로 알았던 부모는 딸의 시신을 화장해 바다에 뿌렸다. 49재를 앞두고 집으로 배달 온 ‘보험증서’가 모든 문제의 발단이 됐다. 2억 원의 생명보험금이 나왔고 수령자는 딸의 남자친구였다. 보험 가입일은 딸의 사망 직전이었다. 재수사가 시작됐고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딸의 남자친구를 체포했다.

검찰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살인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반전은 항소심에서 벌어졌다. 서울고법은 원심을 깨고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2013년 최종 판결에서 딸의 남자친구 김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유족과 시민의 탄원서가 빗발쳤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판결문 자체는 논리적으로 흠잡을 데 없이 옳았습니다. 다만 정황이 너무나 의심스럽다 할지라도 이를 뒤집을 확고한 증거가 없다면 결국에는 무죄를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인가… 판사를 떠나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법의 심판’이 정말로 공정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도진기 변호사가 올해 초 내놓은 법정 추리물 ‘합리적 의심’은 ‘인천 낙지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도 살인 도구도 바뀌었지만 작중의 판사가 재판정에서 느꼈던 고뇌만큼은 도 변호사 자신의 감정이었다. 법원에 재직할 당시 낙지 살인사건의 1·2심 재판장과 같은 법원에서 근무했지만 정작 그는 해당 사건을 두고 일체의 언급도 질문도 하지 않았단다.

“혹여나 다른 판사가 내린 판결에 비난을 가하는 것처럼 보일까 우려가 됐습니다. 제가 담당하지도 않았던 사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결론을 내린다는 게 썩 좋아 보이지도 않았고요. 대신에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해당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지요.”

“원고는 진작에 써뒀지만 판사 직을 내려놓고서야 비로소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는 도 변호사는 “누구를 원망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려 하기보다는 법의 원리 및 법원과 일반 시민 사이의 괴리감에 대해 툭 터놓고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판사도 사람입니다. 때로는 주관적 정의감에 흔들릴 수 있고 정치적 편향에도 기울 수 있죠. 그럴수록 단순히 ‘판결을 잘했네 혹은 못했네’ 하고 돌아설 것이 아니라 판결문 속에 들어 있는 논리와 절차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자는 거죠. 시민 모두가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면 그만큼 정의에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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