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숙원사업 ‘상고법원’… 김명수대법원장도 논의 착수

24일 관련 학자 초청 간담회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 일었던
양승태 ‘상고법원방안’도 포함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사법부’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 등 상고제도 개편에 본격 착수해 논란이 예상된다. 사법부가 사상 유례없는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는 사법 행정권 남용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과정에서 의혹에 휘말리면서 중단됐던 상고제 개혁논의를 취임 2년여 만에 재개한 셈이다.

대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는 24일 상고제도 개편과 관련한 간담회를 연다”고 22일 밝혔다.

그동안 상고제도 개편과 관련해 여러 차례 토론회와 공청회가 있었지만 대법원장이 직접 학자들을 만나 논의하는 것은 처음이다. 김 대법원장은 상고법원과 상고허가제, 대법관 증원,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 등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논의할 방침이다.

이중 상고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진해 온 역점사업이다. 대법원에 접수되는 상고심이 2018년 기준 연간 4만7979건에 이르다 보니 제대로 된 심리가 불가능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꼽혔다. 그동안 법원 안팎에선 “대법원장과 재판업무를 맡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이 사실상 사건 대부분을 처리해야 하는 구조여서 사법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양 전 대법원장은 2심과 3심 사이에 상고법원을 만들어 상고심을 맡기고 대법원은 정책법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회에 로비를 시도했다는 재판 개입 의혹에 휘말려 초유의 ‘사법 농단’ 사태에 이르렀다. 한 법조계 인사는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했던 만큼 대법원이 의견을 제시하는 데 있어 매우 조심스러워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도 2017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법원이 연간 4만 건이 넘는 상고심 사건을 처리한다”며 상고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상고법원을 비롯한 상고제도 개혁논의가 직격탄을 맞았다.

김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상고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지만, 이미 1990년 폐지된 상고허가제를 다시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고허가제는 2심 판결의 대법원 상고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방법으로 1981년 도입됐다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