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일>‘최대소비국’ 美도… ‘최대생산국’ 멕시코도… ‘아보카도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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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소비 매년 15%씩 늘어
유럽·아시아서도 소비 느는데
멕시코 생산량은 1.2% 감소

가격 폭등여파 美선 메뉴 제외
호박과카몰리 레시피까지 등장

마약카르텔 재배·유통 개입탓
폭력사태에 재배농가들 ‘시름’

세계 최대 아보카도(사진) 수출국인 멕시코에서 때아닌 ‘아보카도 대란’이 일어났다. 미국 등 해외시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아보카도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 틈을 노리고 마약 카르텔이 수익성 높은 아보카도 사업에 뛰어들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커지고 있다. 가격 급등에 늘어난 수익은 잠깐일 뿐, 마약 카르텔에 경작지를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최근 들어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타코 노점상에는 아보카도가 들어가지 않은 가짜 ‘과카몰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보카도가 비싸 재료로 넣지 못한 탓이다. 멕시코의 대표 소스인 과카몰리는 으깬 아보카도에 잘게 썬 양파와 토마토, 고수, 라임 또는 레몬즙 등을 넣어 만든다. ‘과카’는 스페인어로 아보카도를 뜻하는 ‘아과카테’에서 온 말이며 ‘몰리’는 멕시코 원주민어로 소스를 뜻한다.

한 유명 멕시코 요리 블로거는 유튜브에 아보카도 대신 멕시코 호박을 넣고 만드는 과카몰리 레시피를 올리기도 했다. 도이체벨레는 아보카도가 들어간 진짜 과카몰리는 멕시코에서 거의 사치품이 되고 있다고 풍자하기도 했다. 멕시코 내 아보카도 가격이 급등하자 타국에서 수입하는 방안까지 고려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멕시코는 203만t의 아보카도를 수확해 압도적인 세계 1위 생산국 자리에 올랐다. 2위를 차지한 도미니카공화국의 생산량 63만7000t의 3배가 넘는 양이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아보카도 주산지인 멕시코뿐 아니라 최대 소비지인 미국에서도 아보카도 가격이 최근 두 배 이상 급등해 재료비에 부담을 느낀 일부 음식점이 아보카도가 들어가는 요리를 메뉴에서 제외하는 실정이다.

최근 아보카도 대란은 공급이 전 세계에서의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했다. 특히 미국의 수요가 엄청나다. 미국프로풋볼(NFL)의 내셔널콘퍼런스(NFC) 우승팀과 아메리칸콘퍼런스(AFC) 우승팀이 겨루는 챔피언결정전 슈퍼볼 시즌에는 사람들이 엄청난 양의 과카몰리를 먹어치운다. 멕시코 아보카도생산·수출포장협회(APEAM)에 따르면 올해 슈퍼볼 시즌에 미국이 수입한 아보카도는 12만t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보다 20% 급증한 수치로 2014년 수입량의 4배에 달한다. 현재 멕시코에서 생산된 아보카도 가운데 5분의 4는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미국의 아보카도 소비량은 매년 15%씩 늘어나고 있다. 아보카도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미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에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0년 457t이던 아보카도 수입량은 지난해 1만1560t으로 늘어나 8년 사이에 2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아보카도는 불포화지방, 칼륨, 비타민E가 풍부한 데다 콜레스테롤 수치 유지와 면역체계 강화에 좋아 슈퍼푸드로 불린다. 체중감량에도 효과적이라고 알려지면서 아보카도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 결과 올해 1∼5월 멕시코의 아보카도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감소한 반면, 수출은 7.6% 증가했다.

아보카도의 인기는 미국이 멕시코 상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한 상황에서도 여전하다.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정부에 불법이민자 단속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멕시코산 수입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자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아보카도 관련 기사를 쏟아내며 가격 상승을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과카몰리 경제학을 의미하는 ‘과카노믹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또 포브스는 ‘멕시코 국경을 폐쇄하더라도 여전히 아보카도를 살 수 있으니 걱정 말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트럼프의 관세가 당신의 아보카도 토스트에 미치는 의미’ 등의 제하 기사를 내걸었다. 모두 고율관세 부과와 아보카도 가격의 상관관계를 전망하는 내용이었다. 그만큼 미국인들에게 아보카도가 사라진 식탁, 과카몰리 없는 슈퍼볼은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아보카도 생산·유통업체 미션 프로듀스 대표 스티브 버나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멕시코가 사실상 100% 공급을 하고 있다”며 “멕시코산 수입이 중단되면 아보카도는 (미국에서) 3주 안에 고갈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보카도의 상품성이 높아지면서 마약 카르텔들도 아보카도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멕시코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마약 거래가 어려워지자 이들은 발 빠르게 아보카도로 사업 무게중심을 옮기는 모양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멕시코 서부 미초아칸주 농부들은 아보카도 경작지를 마약 카르텔에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이 마약상들은 아보카도를 영국에 팔아 해마다 1억5000만 파운드(약 2125억 원)의 수입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5년쯤 전부터 아보카도 최대 생산지 미초아칸주에서는 마약 카르텔이 개입한 폭력 사태도 급증했다. 마약 카르텔 조직원들이 농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자신들의 몫을 챙긴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통업자는 엘파이스 인터뷰에서 26세 아들이 조직원으로부터 살해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