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스럽거나 性스럽거나… 가슴에 대한 ‘편협한 상상’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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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유방사 / 다케다 마사야 편저, 김경원 옮김 / 이라영 해제／아르테

“나 자신도 1960년대 후반 사춘기에 들어선 이후 나의 몸, 특히 바스트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몰라 고민했다. 미국 의사가 소리 높여 주장한 ‘바스트가 커다란 여성은 머리가 나쁘다’는 엉터리 학설이 일본에도 널리 돌아다녔다. 또한 세간에서는 바스트의 발육이 좋은 여자애가 성적으로도 조숙하다는 생각이 퍼져 있기 때문인지, 10대부터 20대까지 내 커다란 바스트는 치한의 표적이 됐다. 나는 표준보다 커다란 바스트에 애증을 느끼는 스스로의 마음에 매듭을 짓고 싶었다. 연구회에 참가한 것은 이런 개인적인 동기 때문이다.”(지쓰카와 모토코)

‘가슴은 곧 여성’이라는 이미지, ‘여성의 가슴은 성(性)적’이라는 명제는 오랫동안 의심되지 않아 왔고, 여전히 일각에서는 의심하지 않는 명제 중 하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전제에 대해 의심하거나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유방문화연구회(이하 유연)라는 이름으로 모인 각 분야 연구자 스물두 명이 “여성의 가슴은 정말 성적인가?”, 혹은 “‘유방’이 여성만의 기관일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10년을 골몰했다. 책은 그런 사람들이 모여 오랜 시간 고민한 결과물이다.

고대 문학과 예술부터 근대와 오늘날의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잡지, 포스터, 공공미술과 문신 도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매체를 살피고 여러 나라를 직접 답사했다. 그 결론은 이렇다.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의 가슴 이야기가 있다”는, 다수에게 익숙한 젖 먹이는 성스러운 가슴, 성적으로 유혹하는 가슴 외에도 수없이 많은 가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총 3부로 이뤄진 이 책은 일본과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서양의 ‘가슴 문화’에 각각 집중한다. 각 부는 각국의 가슴 문화를 개괄하는 ‘총론’과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한 ‘가슴 이야기’들, 그리고 각국의 가슴 문화를 보여주는 장소에 방문한 답사기인 ‘세계의 젖가슴 산책’,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한 더 많은 가슴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소개하는 ‘젖가슴 공부’로 구성돼 있다. 책의 집필에는 다케다 마사야, 가베 유이치로, 다무라 요코 등 세 명의 유연 편집부 소속 작가 외에 여러 명의 유연 회원이 참여했다.

해제를 쓴 예술사회학자 이라영 씨는 “오늘날 가슴에 대한 우리의 상상은 편협하다. 여성의 유방은 어머니로서의 가슴과 유혹하는 가슴으로 나뉘어 있고 양쪽 모두 남성의 시각으로 대상화된 여성의 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여성의 가슴을 여성이 아니라 인간의 가슴으로 접근하면 다른 관점이 보인다”고 적고 있다. 328쪽, 2만 원.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