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구미型 일자리’ 관건은 일거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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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9-07-3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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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현 KAIST교수·IT경영학

LG화학이 지난 25일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기 위한 ‘상생형(型) 구미 일자리’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구미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재계 및 지역 인사 등 500여 명이 참석,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의지를 확인했다.

경상북도·구미시·LG화학 3자가 맺은 협약에 따르면, LG화학은 2020년부터 4년간 총 5000억 원을 투자해 구미 국가산업 5단지 6만㎡ 부지에 연간 6만t 규모의 양극재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이를 통해 1000명의 직간접 고용 효과가 기대된다. 아울러 경북도와 구미시는 행정적 지원은 물론 세제 혜택, 산업단지 무상지원, 문화 복지시설 등의 인프라를 제공키로 했다. ‘구미형 일자리’ 정책은 지역을 중심으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해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들을 유치해 지역 일자리를 늘리는 투자 촉진형 성격을 가진다.

해외 각국도 외자 기업의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예를 들어, 폴란드 정부는 LG화학이 2018년 폴란드 브로츠와프 지역에 완공한 배터리 생산공장 투자액의 11%인 460억 원을 현금으로 지원한다. 해당 지자체는 신속한 공장 건설을 위한 행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1000억 원의 법인세를 면제하는 혜택 또한 제공한다. 폴란드는 올해 양극재 생산공장 유치를 위해서도 매우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구미를 선택한 LG화학의 결정과 그 결과는 구미시뿐만 아니라 향후 우리나라 산업 및 일자리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미형 일자리 정책의 성공 조건은 크게 다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노사관계의 재정립이다. 우리나라 기업 환경의 가장 큰 취약점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비합리적 임금체계에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민주노총과 같은 강성 노조에 휘둘리는 작업장에서는 어떤 기업도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 LG화학의 투자 협약식 전날 신선한 뉴스 하나가 있었다. 구미시가 노·사·민·정 협의회를 구성하고 노사상생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다. 협약의 내용 중 특히 눈에 띈 것은 ‘사업 경쟁력 지속 확보를 위한 노사분규 최소화’ 항목이다. 이런 취지가 담긴 노사상생협약이 과거의 상투적인 보여주기 쇼가 아닌 성숙한 노사관계의 재정립을 위한 새 출발이길 기대한다.

둘째,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데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약속한 여러 가지 혜택이 끝까지 지켜지고 이행돼야 한다. 향후 구미시가 추구하는 ‘첨단소재부품 클러스터’ 건설을 위해서라도 정부와 기업 간의 신뢰 구축은 꼭 필요한 일이다.

셋째, 일자리 문제의 핵심이 ‘일자리(job)’가 아니라 ‘일거리(work)’라는 인식이다. 일거리는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고, 일자리는 그 과정에서 필요한 필수 구성요소다. 따라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시장, 즉 일거리가 있으면 일자리는 자연적으로 창출된다. 일거리를 자유롭게 창출할 수 있는 기업 친화적 환경이 조성되면, 기업 스스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런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한 인위적 일자리 창출 정책은 비생산적 일자리를 일시적으로 만들어낼 뿐이다. 처방이 잘못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일자리 정책이 아니라 일거리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이상의 3가지 조건은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구미형 일자리 정책이 시간이 흐르며 유야무야되지 않으려면 이 3가지 조건이 반드시 충족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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