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보람이와 미달이, 그리고 우리 아이

며칠간 ‘보람튜브’라는 키워드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단을 차지했습니다. 대다수는 각각 1750만, 135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보람튜브 브이로그’와 ‘보람튜브 토이리뷰’의 인기가 상당히 높다는 정도로 생각했죠.

하지만 보람튜브를 운영하는 6세 이보람 양의 가족회사가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5층 빌딩을 95억 원에 매입했다는 소식이 더해지자 대중의 관심은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유튜버가 버는 수익도 대단한데, 미취학 아동인 보람 양이 일군 성과라고 하니 입이 떡 벌어지는 거죠.

이 양은 이 채널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등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별거 없다’는 얘기죠. 그러니 “우리 아이도 한번…”이라고 생각하며 도전해 보려는 부모도 있을 법한데요. 하지만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는 있지만, 아무나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죠. 그런 면에서 어린 나이에 또래들보다 월등한 표현력과 리액션, 카메라 친화력을 가진 이 양은 ‘신동(神童)’이라 부를 만합니다.

얼마 전 우리는 또 다른 신동의 눈부신 성장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끈 스페인 프로축구 발렌시아 CF 이강인 선수가 그 주인공이죠. 그가 2007년 방송된 ‘날아라 슛돌이’를 통해 축구 신동으로 소개됐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 역시 6세였죠.

이렇듯 매체를 통해 신동을 접한 몇몇 부모들은 그 모습에 자신의 아이를 대입하곤 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시키고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준다’는 명분 아래 너무 많은 것을 주입하곤 하죠. 쏠림현상도 심각합니다. 1인 크리에이터의 시대가 열리자 어린이 유튜버를 권하고, 이강인의 소식이 들리자 축구교실에 등록하는 식이죠.

아역 배우를 뽑는 오디션 현장에 간 적이 있습니다. 열의에 불타는 아이도 보였지만, 무엇이 못마땅한지 내내 울기만 하는 아이도 있었죠. 그 곁에서 달래기보다는 강하게 질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씁쓸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아이의 미래’가 ‘엄마의 욕심’으로 치환되는 셈이죠.

‘순풍산부인과’의 막내딸 미달이로 유명한 배우 김성은 씨가 있습니다.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다수의 CF도 촬영했죠. 29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김 씨는 “부모님을 원망한 적은 없지만 사춘기 때 (정체성) 혼란이 있었다”며 “예전에는 부모들이 자식을 아역 배우로 키우려고 했다면, 요즘은 키즈 유튜버로 키우려고 하는 것 같다. 부모가 바라는 부분을 아이에게 투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모든 부모가 스스로에게 물을 때입니다. “우리 아이는 정말 원하는 걸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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