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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07일(水)
‘단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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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훈련장에 나선 병사는 단숨에란 말을 사랑해, 산을 넘어도 단숨에, 강을 건너도 단숨에, 번개같이 불이 번쩍 단숨에’.

북한 인민예술가라는 윤두근이 가사를 쓰고, 황진영이 곡을 붙인 ‘단숨에’라는 노래의 첫 소절이다. 모든 것을 단숨에 끝내자는 인민군의 결의를 담은 군가다. 북한 당과 정부에서 속도전을 강조하는 구호가 ‘천리마’ ‘만리마’라면, 군에서는 ‘단숨에’가 그에 상응하는 기상을 강조하는 용어다. 김정은은 지난 2017년 8월 특수부대의 백령도·연평도 점령 훈련을 참관한 자리에서 “인민군은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단숨에’는 군 훈련장과 함께 인민군이 투입되는 건설 토목공사 현장에서도 강조된다. 지난 2011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인 김정은이 희천발전소를 방문했을 때 건설일꾼들이 산 중턱에 ‘단숨에’라는 구호를 세워둔 것을 보고 기뻐했다고 한다. 자강도 장자강과 청천강 유역에 건설된 희천발전소는 10년 넘게 걸리는 건설 기간을 3년으로 줄여 끝냈다고 북 당국은 선전했다.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빠른 속도로 경제난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단숨에’ 노래는 김정일이 통치하던 2003년 보천보전자악단을 통해 처음 발표됐다. 악단 소속 가수였던 현송월이 노래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2년 12월 새로 창단된 모란봉악단이 평양 목란관 연회장에서 기존 군가와는 다른, 경쾌한 전자 음악으로 편곡한 ‘단숨에’를 연주했다. 광명성 미사일 발사 축하 공연이었는데, 노래 마지막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을 타격하는 영상이 상영됐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 노래가 모란봉악단의 대표곡이 됐다. 특히 김정은의 핵심 정책인 ‘경제-핵 개발 병진 노선’의 상징으로 인식돼 미사일 발사·핵실험 축하 공연이 열리면 빠짐없이 피날레를 장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숨에’는 남북한에서 범용되지만, 양측 지도자가 속도를 강조하면서 사용했다는 것이 이채롭다. 김정은의 ‘단숨에’와 문 대통령의 ‘단숨에’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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