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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림 에세이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20일(火)
烏石에 새겨진 眞景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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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창남, 광화문-기억-그곳에 가면, 90×32×80㎝, 오석, 2017
오석(烏石)의 물성은 먹과 통하는 게 많다. 갈면 갈수록 검게 짙어지는 것하며, 심오하고 유현한 침묵과 정적의 세계를 머금고 있는 물성이 그렇다. 거칠게 다루면 푸석한 무표정으로 대하다가도, 정성껏 애무하면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처럼 뭇 가슴을 사로잡는다. 한번 빠져들면 오만 가지 색의 추파도 외면하게 된다는 블랙미러의 심연 아니던가.

권창남은 오석의 장인이다. 화선지 위 수묵화의 미학과 기품, 게다가 우리 정체성의 표상이 되는 진경(眞景)들을 돌에 새겨 구현한다. 어떤 극한의 내공이 요구되는 것이다. 새로운 매체와 재료가 많다지만 아직도 작가들이 돌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지, 소음, 근육통…. 하지만 돌의 완강한 저항을 제압하고 설득해 소기의 형상을 구현해낼 때 오는 성취감이란….

작가는 겸재 진경정신의 계승자다. 기운이 승한 지세와 짝을 이룬 이 땅의 실제 고건축물들을 풍수지리적 해석과 함께 절묘하게 조각해낸다. 묵향이 그윽하게 감도는 듯한 우리의 숭고한 정신과 정기를 담지한 늠름한 결정체다. 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결정체가 아닌가.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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